프랜차이즈 배달 치킨 가격 인상
원자재 및 인건비·배달비 상승에
육계 입식 수 감소로 오를 전망
즉석밥 등 쌀 가공식품 판매량↑

치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치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얼마 전 치킨을 시키려다가 가격 때문에 고민이 돼서 노브랜드나 고메 등에서 판매하는 냉동치킨을 먹었는데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맛도 있어서 좋았어요. 예전에는 그냥 치킨 시켜 먹자는 생각이 컸는데 가격 측면에서 부담으로 느껴지다 보니 훨씬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냉동치킨도 괜찮은 것 같아요. 물론 치킨보다는 아쉬운 감은 있지만요.”

한대훈(가명, 31, 남)씨가 한 말이다.

최근 외식 물가가 지속 오르는 가운데 치킨 가격도 오르면서 ‘치킨 3만원’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냉동치킨’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10일 이커머스 전문기업 커넥트웨이브의 가격 비교 서비스 다나와가 1~4월 온라인에서 거래된 즉석 가공식품 및 냉동식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후라이드 치킨, 버팔로윙 등이 포함된 ‘뼈 포함 치킨’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에어프라이어 등을 통해 조리 가능한 냉동 ‘순살 치킨’은 동기간 68% 늘었다.

이러한 냉동 치킨 판매량이 급증한 데에는 프랜차이즈 배달 치킨 제품의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냉동치킨, 튀김 등의 대체재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영향으로 국내 대다수 편의점 등에 조각치킨을 공급하는 냉동치킨업체 ‘사세’의 지난해 매출도 늘었다. 치킨값 부담으로 저렴하고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치킨 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1.6%p 오른 6.8%다. 교촌치킨은 지난 4월 3일부터 소비자 권장가격을 최대 3000원 올렸다. 이에 간장 오리지날은 1만 6000원에서 1만 9000원으로, 허니콤보는 2만원에서 2만 3000원으로 조정됐다. 콤보 메뉴에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3만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해지는 셈이다.

BBQ와 bhc도 2021년 12월과 2022년 5월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아직은 치킨 가격이 3만원을 돌파하진 않았으나 올 봄 육계 입식(사서 들여 키우는 것) 수 감소로 치킨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육계 도축 마릿수는 전년 대비 5.6% 감소한 253만 9000마리다. 도축 감소로 육계 가격은 상승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지난달 기준 육계 1㎏ 가격은 6242원으로 전월(6075원) 대비 2.7%, 평년(5213원) 대비 19.7% 올랐다. 도매가격도 전년(3553원) 대비 14.8% 상승한 4079원이다.

이에 따라 치킨 가격이 지속 인상되고 있음에도 원자재와 인건비, 배달비 상승 등과 더불어 육계값 상승까지 겹쳐져 치킨값이 3만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23년 1~4월 즉석식품 판매량 증가율. (제공: 커넥트웨이브 다나와)
2023년 1~4월 즉석식품 판매량 증가율. (제공: 커넥트웨이브 다나와)

‘가성비’를 내세웠던 편의점 치킨 가격도 이달부터 올랐다. CU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즉석조리 치킨 가격을 최대 12.5% 조정했다. 이로써 닭다리와 넓적다리, 매콤넓적다리는 기존 2500원에서 2700원으로 8%, 자이언트통다리는 4000원에서 4500원으로 12.5%, 버팔로 봉봉스틱은 7500원에서 7900원으로 5.3% 인상됐다.

세븐일레븐도 후라이드 한 마리는 1만 900원에서 1만 2900원으로 18.4%, 국내산 매콤 통가슴살은 2000원에서 2400원으로 20% 올렸다. 옛날 치킨 한 마리는 7900원에서 9900원으로, 국내산 통 반 마리 치킨은 4400원에서 5500원으로 조정됐다.

이혜민(가명, 30대, 여)씨는 “야식이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치킨이 이제는 부담이 됐다”며 “3000원 정도 올랐다고 하지만 느껴지는 인상 폭은 더 크다”고 토로했다.

한편 외식 물가 상승 영향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쌀 가공식품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즉석밥 판매량은 전년 대비 49%, 덮밥류와 비빔밥류 가공식품은 각각 53%, 70% 상승했다.

외식 물가는 전월 대비 기준 2020년 12월부터 29개월 동안 오름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지난달 외식 물가 지수는 전월 대비 0.7% 상승한 117.15(2020년=100)로 누적된 외식 물가 상승률은 16.8%였다.

특히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치보다 3.9%p 높았는데 이는 1992년 5월(5.0%) 이후 30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먹거리 물가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누적된 원유·곡물 등의 원가 가격 상승분과 인건비 인상 등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그 영향으로 매달 외식 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인해 외식 수요가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나 인건비 등이 급증하면서 외식 물가도 많이 올라갔다”며 “계속해서 오르는 물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저렴하면서도 퀄리티 있는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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