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정부 ‘친환경’ 인증
나무수입·도료 테스트 거쳐
2년 노력 끝에 결실 맺어
“정부의 ‘친환경’ 홍보 필요”
긴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가구
“사무용 가구 ‘친환경’ 돼야”

[천지일보=김예슬·이지예 기자] 조립식 가구가 인기를 얻은 지 오래고 가구를 오래 쓰는 것보다 적당히 쓰다가 빨리 교체하는 소비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이고 가구 재료와 디자인, 색도 다양하다. 가구 교체가 빈번해진 만큼 버려지는 가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친환경’이 대세를 넘어 의무가 되어가는 요즘. 정부의 친환경 제도도 매우 깐깐해졌다. 환경부의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가구만이 ‘친환경 가구’로 표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정부가 인증하는 ‘친환경’ 가구는 일반 가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병율 서원퍼니처 대표를 파주 가구공장에서 만나봤다.
◆환경부 인증‘친환경 가구’가 있다?
친환경 가구라면 일반적으로 나무 자재가 친환경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친환경 원목자재만을 사용했다고 해서 가구 전체의 환경성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다양한 부목재, 금속부품, 접착제, 도료 등이 첨가되기 때문이다.
나무를 벌목해 가공하고 도료를 바르는 과정에서 친환경적 선택을 하도록 정부가 관련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 환경표지제도는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경우 그 제품에 로고를 표시해 주는 ‘자발적 인증제도’이다. 국가공인 친환경 표지인데 마크 도안은 꽤 친숙하다.
인증 가능한 대상은 냉장고, 컴퓨터, 텔레비전, 냉온수기, 벽지, 보일러, 세제 등 매우 광범위하다. 그중에서 오 대표는 고무나무를 원목으로 한 가구, 최초 친환경 인증을 지난해 3월 받아냈다. 그간 환경산업법 개정으로 절차가 까다로워져 인증을 따내기 위해 꼬박 2년이 걸렸다. 오 대표는 그 과정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제일 어려운 건 원목을 수입하는 과정이었죠. 환경문제 때문에 전 세계에서 벌목을 제한하는 추세거든요. 문제는 벌목 허가 인증 기관이 국내와 해외가 일치하지 않아 시간 소요가 많았어요.”
해외에서 벌목을 허가받아 나무를 국내로 들여오는 일부터 쉽지 않았던 것. 인증 가능국과 업체가 제한적인 것이 원인이었다. 답답함에 관공서로 쫓아가 호소해봤자 담당 공무원은 ‘이 방법이 안 되면 저 방법으로 해보세요’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필요한 사람이 우물을 파야했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국내에서 인증이 통하는 업체를 찾았지만, 해외에 자료를 요청하는 작업만 6개월 넘게 소요됐다. 그 자료를 국내로 가져와 제출하면 또 여러 번 보완 지시가 떨어졌다.

해결되면 그다음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원목 샘플과 도료 테스트 심사 과정이다. 시중에는 MDF, 시트지 무늬목, 하이그로시, 일반 도장칠 등 온갖 방식으로 제작되는 가구가 많다. 도장칠은 원목이 건조함과 습도에 잘 견디도록 돕기 때문에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저가형 칠을 할 경우 포름알데히드 반응이나 화학적인 새 가구 냄새가 난다.
때문에 친환경적 도장칠을 위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유해가스 기준 수치를 맞추기 위해 도료를 수십 번 이상 칠해보고 그 기준선에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인증 검사비와 환경 실사 비용도 전부 직접 부담해야 했다. 컨설팅 업체도 써봤지만, 모든 자료를 직접 제공해야 하는 수고는 똑같다. 이렇게 친환경 인증 한번 받아놓으면 끝일까. 아니다. 3년마다 다시 똑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게 첫 인증 기간에만 꼬박 2년이 걸린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맞춰야죠.” 오 대표는 관공서의 까다로운 방침에 불만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친환경이 뭐가 다른지 소비자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답답하다. 정부가 ‘친환경’을 제대로 장려하려면 관련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증 문턱은 높여도 실질적인 쓰임새가 있도록 말이다.

◆친환경 가구, 어떻게 생겼을까
오 대표가 수입하는 원목은 고무나무 속이 아닌 겉 자투리 부분이다. 수입 절차가 까다로운 건 나무를 이렇게 재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 개의 작은 원목을 평행하게 배열해 접착시킨 판재로 완성된 가구도 자연스럽게 나뭇결을 띄고 있다. 오 대표가 고무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무나무는 습기에 강하고 가격 대비 원목이 휘어지거나 뒤틀리는 변형이 적다. 원목 소재 중 제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가 대비 고품질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특히 색감이 환해서 실내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는 것도 장점이다.
“고무나무로 만든 가구는 300년이 지나도 쓸 수 있어 명품가구로 불릴 수 있어요. 고전미를 살려도 좋지만 현대적인 디자인 흐름에도 맞추고 있고요. 한번 구매해보면 ‘믿고 살만하다’ ‘이 가격 지불할만해’라고 생각할 수 있으실 거에요.”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아들 오준규 이사는 “가구는 튼튼하고 견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가구를 오래 쓴다는 생각이 많지 않아요. 저희 가구는 10년은 거뜬히 쓰실 수 있어요. 고무나무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이라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죠.”

오 대표는 IMF 직전까지 은행에서 근무했다. 그 인연으로 은행에 납품하는 사무용 가구점을 시작하게 됐다.
오 이사의 손재주가 유별나게 좋기도 하고 오 대표 소유의 공장 부지와 기존 사무용 가구가 매출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긴 시간 ‘친환경’을 향한 도전이 가능했다. 친환경 가구 수요를 높이려면 홍보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남은 과제다.
“직장인 대부분 사무실 가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나요?” 오 대표는 사무용 가구야말로 친환경이 돼야 하지 않냐고 되묻는다.
오 대표는 최근 친환경 책상을 새로 제작해 인증 작업을 7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가구 종류에 따라 부품 하나하나에 인증이 다 따로 들어가야 하는 절차다. 정성이 이만하면 믿고 사는 ‘친환경’ 가구로 큰 인기를 얻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