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종책토론회 파행 치달아
도산 전 총무원장 토론회 난입
선관위 아닌 종회 주최에 불만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한국불교태고종(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종책 토론’ 대신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파행했다. 이로 인해 후보자 중 한 스님이 법복(法服)을 벗고 퇴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태고종 중앙종회는 지난 11일 제147회 임시중앙종회에 총무원장 선거 후보 상진스님과 성오스님을 초청해 종책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소란이 일어났다. 전 총무원장 도산스님은 돌연 회의에 개입해 “나는 청련사 재단설립과 관련해 총무원장으로서 도장을 찍은 적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도산스님은 청련사 이사장 상진스님에 대해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종회의장 법담스님은 “토론회 시작하기 전에 지금 뭐 하는 거냐”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법담스님은 “객석에서 질문이 있다면 쪽지를 준비했으니 궁금한 점은 대신 질문해주겠다”고 말했다. 도산스님은 일부 스님이 자신을 제지하려 하자 “어디 건방지게 내 몸에 손을 대냐”며 언성을 높였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 성오스님이 지난 11일 종책토론회 중 법복을 벗고 퇴장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천지일보 2023.04.12.](https://cdn.newscj.com/news/photo/202304/3017754_3017453_433.jpg)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아닌 중앙종회가 이번 토론회를 개최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법담스님은 “선거인단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종회에서 두 분을 초청한 자리”라면서 “선관위하고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스님은 “선관위를 무시하고 종회에서 정견 발표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성오스님도 “후보자 토론회 공문을 어제 오후 5시에나 받았다”면서 “중앙종회는 선관위에다 보고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성오스님은 “의장 스님도 선거권을 갖고 있지 않냐”며 “중앙종회의장이 하는 건 월권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태고종 중앙선관위는 위원장 구산스님 명의로 지난달 23일 후보자 정견 발표 일정을 공고한 바 있다.
구산스님은 “중앙종회가 열리니까 그때 서울 지역 후보 정견 발표회를 하겠다고 했다”며 “오늘 정견 발표회를 선관위가 개최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같이 하는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한국불교태고종 전 총무원장 도산스님과 청련사 벽산스님이 지난 11일 제28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자 종책토론회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2.](https://cdn.newscj.com/news/photo/202304/3017754_3017458_4725.jpg)
약 20분간의 언쟁 끝에 토론회가 시작됐다. 상진스님은 공약 발표 순서에서 “여러 가지 문제로 어수선한 자리를 함께하게 돼 죄송하고 부끄럽다”면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선관위 적부심사를 거쳤기에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정견 발표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 후보자 스님이 차례로 공약 발표를 마친 뒤 상진스님이 총무원 운영계획 등을 발표하던 중 또다시 소란이 발생했다. 도산스님은 청련사 문제를 재차 언급하며 상진스님의 후보 자격 문제를 지적했다. 회의장에 있던 스님들은 “(도산스님) 원장 할 때 잘했어야지” “신성한 종회에서 뭐 하는 거야”라는 등 고성이 오갔다.
법담스님은 도산스님에 대해 “종회와 선거를 방해하고 있어 징계를 요청하겠다”며 퇴장시키라고 지시했다. 성오스님은 소란이 지속되자 “이게 무슨 정견 발표냐”면서 법복을 벗고 퇴장했다. 법담스님은 임시중앙종회 폐회를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