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고려대학교(총장 염재호) 국제학부 로버트 루돌프(Robert Rudolf) 교수와 정경대학 경제학과 강성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한국 여성보다 결혼을 통해 얻는 이득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루돌프 교수와 강성진 교수는 수년 간의 약 1000명의 첫 결혼 전후와 또 다른 200여 명의 이혼 전후 이력을 살펴봤다. 그 결과 남성은 결혼 시 여성에 비해 높은 삶의 만족을 얻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여성의 만족이 결혼 후 2년 후에 보통 사라지는 것과 다르게 남성의 경우 높은 행복 지수가 결혼 내내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반대로 부부가 파경을 맞게 되는 경우 이러한 효과가 뒤집어져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이나 사별 시,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이 고통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다르게 대부분의 이혼한 남성은 이러한 행복의 상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번 연구결과는 21세기에 한국의 높은 성 불평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논문은 최근 Taylor & Francis(테일러&프란시스)가 발행하는 Feminist Economics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 부부 사이에서는 결혼으로부터 오는 전반적인 이득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여성과 반대로 남성은 결혼 시에 현저히 높은 행복감을 느끼고 결혼이 파경을 맞을 때에는 반대 효과가 나타난다. 이번 연구는 삶에서의 특정 사건이 사람들이 직접 보고한 행복에 미치는 영향과 적응력을 조사하기 위해 이뤄졌다.

최근 Feminist Economics에 게재된 이 연구논문은 1998년과 2008년 사이에 한국 도시 가정을 대상으로 매년 이루어진, 상세하고 전국적으로 대표적 장기 조사인 한국노동패널조사를 기반으로 쓰여졌다. 조사자료는 대략 5000 가구, 13000 여명을 최대 11년 동안의 추적한 내용이다.

이 연구결과는 기존의 서양 국가에서 시행된 연구결과와 상반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어서 더욱 흥미를 끈다.

독일과 영국에서 진행된 비슷한 연구에서는 결혼이나 이혼으로 인한 남성 및 여성의 행복지수가 별 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었다. 기존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바로는 개인은 거의 모든 삶의 사건들에 적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결혼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행복감은 결혼 후 2년이 지나면 보통 사라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결과가 이혼할 경우에도 발견되었는데 독일인들과 영국인들은 파경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불과 몇 년 사이에 완전히 회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은 쾌락적 적응이라고 일컬어진다.

□ 루돌프 교수와 강성진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기존 연구결과와 달리 완벽한 적응은 오로지 여성에게서만 발현되며 남성에게서는 발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은 결혼생활에 걸쳐 더 높은 행복지수를 보이는 반면, 여성은 (주로 대부분 지속적인 개인적 특성의 탓으로) 2년 안에 기존의 행복지수로 돌아온다. 결혼 동안 특권을 갖는 것과 동시에 남성은 결과적으로 이혼으로부터 더 많은 고통을 받게 된다. 남성들이 직접 보고한 행복지수는 이혼과 사별의 경우 급격히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반대로 이혼한 남성은 이러한 행복의 손실로부터 회복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돌프 교수와 강성진 교수는 더 나아가 남성이 여성보다 실업을 당했을 때 더 고통 받는다고 밝혔다.

루돌프 교수와 강성진 교수는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해석할 때 21세기 초반에 성차별적인 사회적 규범과 제도가 한국에 계속하여 만연해 있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비록 전통적인 롤모델이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는 해도, 지속적인 성별 격차는 가정과 사회적 삶 여러 방면에 남아있다. 이는 한국인 결혼 안에서의 불균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또한 미래의 경제 발전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한편 세계적인 성 평등 순위에서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다. 작년 한국은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표하는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삶에서의 상대적 성 불평등에 초점을 맞춘 복합적 측정인 국제 성별 격차 지수에서 고작 117위를 차지했다. 또한 한국은 2013년에 34개 OECD 국가 중에서 4번째로 낮은 여성 노동 참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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