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
“다른 그룹을 이단으로 배제·규정하는 주류의 행동
자기들의 위기 퇴행적으로 해결할 때 보이는 현상”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60년대 활발했던 이단 담론이 다시 나타나게 된 것은 1987년 한기총이 등장한 후라고 분석된다. 한기총은 종북 담론을 중심으로 한국개신교 프레임을 만들었다. 즉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였다. 한기총을 상징적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수많은 언론, 커뮤니티들이 행동가로 활동을 했다. 선교단체들의 소위 ‘땅 밟기’ 선교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한국교회 내 이단시비가 붙기 시작해 개신교 내에서도 수많은 이단이 만들어졌다.”
한국교회 신뢰도는 여론조사 때마다 번번이 바닥을 치고 있다. 최근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목회자들마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자괴감에 빠져 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제 한국교회가 이단 논쟁을 통해 쇠락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 역사를 통해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상을 분석한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교회에 만연돼 있는 배타주의와 다른 종교나 소수 종단을 이단시하는 ‘타자의 악마화’ 현상이 한국교회의 퇴행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교회의 세 가지 시대구분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역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해방 이후부터 1960년까지와 1960~1990년, 1990년부터 현재까지이다. 이 세 시대는 각각의 특색을 갖는다. 김 연구실장은 이 역사를 통해 오늘날 개신교의 배타성과 타자 악마화의 배경을 읽어냈다.
먼저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이다. 이 시대 한국교회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또 개신교가 우리나라의 주류 종교로 편입한 시기이다. 그럼에도 당시 개신교는 소수종파였다. 전쟁 후 외국의 지원이 교회로 몰리면서 교회에 사람이 넘치기 시작한다. 한편에서는 하층민 등 주류 교회가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흡수해 전도관 박태선 등 소수 종파 운동이 일어나게 됐고, 이들은 먼저 정착하게 된 주류 개신교에 의해 이단으로 낙인이 찍혔다. 당시 개신교는 공산주의, 개신교 신종파, 세계교회협의회(WCC)를 악마화하며 한국사회에 정착했다.
이후 1960~1990년대까지는 교회에 여성 교인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교회에 문화적인 담론이 대두됐다. 대중문화가 교회 안팎으로 퍼져가면서 교회가 아기자기해졌다. 교회가 갖고 있는 자양분(교회음악, 문화, 레크리에이션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엘리트들도 등장하게 됐다. 과거 공격적인 교회의 성향이 문화 지향적 분위기로 바뀌게 된 것이다.
◆위기에 놓인 1990년대 이후 개신교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사회가 전문화되다 보니 그동안 교회의 자양분이 됐던 교회음악, 레크리에이션 등 문화 분야에 있어서 사회가 교회를 앞지르게 됐다. 나름 대안책으로 대두됐던 사랑의교회 제자훈련과 온누리교회 성령운동은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교회는 위기를 맞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타자에 대한 적대감이 등장하게 됐다.
적대감은 1987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등장한 후 두드러졌다. 한기총 자체는 거대한 조직이 아닌데, 남한 개신교의 프레임을 만드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기총이 만드는 프레임의 축은 종북 담론이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를 앞세운 것이다. 이때 한기총을 상징적 중심으로 수많은 미시적 단체, 언론단체, 신문사, 선교단체, 수많은 커뮤니티들이 행동가로 활동했다. 소위 땅 밟기 퍼포먼스 등이 그러한 것을 배경으로 나타나게 됐다.
◆한기총 출범 이후 격화된 ‘타자 악마화’
김진호 연구실장은 이 같은 역사적 배경에서 개신교가 타종교에 대한 공격성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기총 출범 이후 청년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행동이 활발해졌다”며 “이단시비들이 붙기 시작했고, 개신교 내에서도 많은 이단이 등장했다. 또 성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중요하게 부상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위기에 몰린 한국개신교가 고통을 직시하고 벗어나는 어려운 방법보다 ‘분노’라는 감정을 소수종파나 성소수자 등에 전가시키는 보다 쉬운 방법으로 ‘타자의 악마화’를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실장은 “이단으로 배제하고 규정하는 주류 그룹들의 행동은 자기들의 위기를 퇴행적으로 해결할 때 나타난다”며 “타종교에 대한 공격도 그러한 행동과 관계돼 있다”고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개신교의 타자 악마화 추세가 다른 종교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행동이 다른 종교에도 옮겨져 타종교에 대해 적대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입지가 강해지고 있으며, 혐오적인 반응을 자신의 사역에 반영하는 종교 생태계의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다.
김 연구실장은 한국개신교를 회복시킬 대안으로 작은교회를 꼽았다. 탈성장주의를 지향하지만 신학적으로 결핍상태이기에 도움이 필요한 작은교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저변에서부터 한국교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