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중원의 길, 양수겸장의 전략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여야 대표 회동에서 제1야당의 대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깔끔한 매너와 정치권 안팎의 쓴소리까지 담아서 할 말을 다했다. 언론에서는 지난 대선 때 경쟁을 했던 두 사람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모았다. 파국으로 몰지 않으면서도 야권의 대표다운 역할을 충분히 한 셈이다. 그 후 문 대표는 경남으로 내려가서 홍준표 지사를 만나 무상급식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홍 지사에게 완패했다는 섣부른 정치적 평가를 내렸다. 과연 그럴까. 제1야당 대표이며 동시에 지난 대선 때 야당 대선후보와 만나 논쟁을 했으니 당장은 홍 지사의 득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문재인 대표는 이미 대세가 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홍 지사를 직접 프레임 속에 가둬버린 것이다. 앞으로도 복지논쟁이 불을 뿜을 것이며 보편적 복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그 때마다 홍 지사는 수세적으로, 문 대표는 공세적일 것이다. 누가 이겼는가. 게다가 아이들 밥그릇 문제다. 홍 지사는 명분과 실리에서 포위돼 버렸다. 그래도 홍 지사의 득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표가 해병대를 방문해서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공격이라고 했다. 물론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끝난 게 아니다. 국방부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문 대표는 국방부 발표를 존중했다. 사인이 아니라 공인으로서, 특히 안보에 수세적이었던 야당 대표로서 문재인 대표는 이번 기회에 정면대결을 펼친 것이다. ‘4.29재보선’에서 종북 프레임을 내세우는 새누리당을 향해 일찌감치 그 프레임을 깨는 역공을 취한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멀리 보자면 차기 대선 경쟁에서 더 빠르게 중도로 나아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든 것이다.
여기까지는 여야관계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로 시선을 돌리면 또 하나의 성과를 볼 수 있다. 문 대표가 당내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라이벌은 안철수 의원이다. 내년 총선에서, 또 차기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가 당내 승부수의 관건이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중도로, 중원으로 나아가는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영역까지 치고 나간 것이다. 이 또한 손에 잡히는 상당한 성과라 하겠다. 오히려 안철수 의원이 포위되는 형국이다. 말 그대로의 양수겸장(兩手兼將)이다. 당분간 문 대표의 이런 승부수는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