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현지시간) 승객과 승무원 478명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 호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화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280여명이 아직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 해군은 190명을 구조했고, 그리스 남성 1명이 구조 과정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뉴시스)

10명 사망 430명 구조… 선장 마지막으로 배에서 탈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다가 지난 28일 화재가 발생한 선적 카페리에서 승객들의 구조작업이 모두 마무리 됐다. 사망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구조된 승객은 43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구조된 승객과 구조작업을 벌인 해군 등으로부터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구조작업을 벌인 이탈리아 해군제독 지우세페 데 지오르기는 사고 선박의 선장 아르길리오 지아코마치가 승객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난 후 가장 늦게 배에서 내렸다고 칭찬했다. 선장 지아코마치의 행동은 지난 2012년 이탈리아 초호화 유람선 좌초 때 선장과 비교되고 있다. 당시 유람선 콩코르디아호의 선장 프란체스코 셰티노는 사고가 발생하자 승객을 버리고 탈출했다.

화재가 발생한 후 선박 내 승객들은 통제 불가능한 무질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선장이 곧바로 승객들에게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승객들은 승무원들에게서 나온 대피명령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승객들은 다른 승객들이 자신들의 방문을 두드리거나 객실 안을 채운 연기 때문에 숨쉬기가 어려워 객실을 탈출했다고 증언했다. 객실 밖을 나온 승객들은 진눈깨비와 소방 호스에서 나오는 물에 젖었고, 추운 날씨 때문에 체온은 급격히 떨어졌다. 일부는 저체온증에 일부는 가벼운 일산화탄소 중독에 시달렸다.

헬기나 다른 선박으로 구조가 이뤄지면서도 여자나 아이들에 대한 양보는 없었다. 승객 크리스토스 페를리스(32, 그리스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가장 먼저고 그다음이 여성, 마지막에 남자들이 대피해야 하지만 남자들이 먼저 타려고 아우성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 이레네 바르시오티(그리스인)도 “정글의 법칙이 지배했다. 아이들에 대한 배려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줄지어 서는 등의 질서라고는 없었다”고 떠올렸다.

승객들의 무질서 때문에 승무원들도 대피를 도우려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다고 전했다.

한편 화재는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의 차량 적재 칸에서 발생했다. 당시 카페리는 그리스 섬 오노니에서 33해리 떨어진 해역을 운항하고 있었으며 이탈리아 중동부 지역 항구도시 안코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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