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 뉴시스)

교황청에 뿌리박힌 ‘관료주의’ 신랄하게 비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직자들을 향해 “영적인 치매”에 걸려 있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교황은 바티칸 관료주의를 강력히 비판하며 “영적 치매와 실존적 정신분열, 신비주의, 은둔주의 등 교황청에서 우리는 중병에 마주하고 있다”고 성직자들이 보여준 여러 문제점과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2일(현지시각) “자신과 함께하는 추기경, 주교, 사제들이 바티칸 경력을 이용해서 부와 권력을 잡고 있다”면서 “‘위선적인’ 이중생활을 하며 자신이 하느님을 기쁘게 할 의무가 있는 종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교황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바티칸 소식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교황청 내 기관에서 근무하는 추기경, 주교, 사제 등과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례모임 후 이같이 연설을 했다. 그는 다정한 인사말로 끝나던 예년의 크리스마스 인사 대신 세계 12억 인구를 이끌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중심인 교황청의 핵심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교황청 개혁에 앞서 ‘정신 개혁’ 절실

교황은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과격한 교황청 구조 개혁은 반드시 그보다 더 혹독한 관련 인사들의 정신적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황청 조직을 몸에 비유하며 ‘영적 치매’와 ‘실존적 정신분열증’ ‘정신경화’ 등 로마 교황청이 마주한 중한 질병들을 나열했다. 크리스마스의 ‘덕담’을 들을 것으로 예상한 바티칸의 성직자들을 향해 혹독한 쓴소리를 던진 것이다.

큐리아(교황청 행정조직)의 15가지 질병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교황은 성탄절을 계기로 성직자들이 자성과 회개를 통해 2015년부터는 더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갈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첫째로 “(관료들은) 일상의 의무적인 절제를 게을리하면서 스스로를 영생과 불멸의 존재,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병에 걸려 있다”면서 “자기비판과 갱신, 혁신이 없는 교황청은 병든 육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휴식을 소홀히 하는 과도한 근면성의 병’ ‘정신과 영혼의 경화증’ ‘과잉된 계획·기능주의의 병’ ‘협조와 조화의 결핍증’ 등도 꼬집었다.

교황은 또 “구원의 역사와 신을 영접한 개인의 역사, 첫 사랑의 경험 등을 잊어가고 있다”며 이를 “영적 치매나 건망증”이라고 명명했으며 바티칸 관리들의 위선적인 이중생활과 권력에 대한 탐욕을 “실존적인 정신분열증”이라고 말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 교황청 내 기관에서 근무하는 추기경, 주교, 사제 등과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례모임 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권력에 굶주린 교황청 인사들 ‘형제애’ 해쳐

BBC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력에 굶주린 일부 교황청 인사들이 아주 냉담해 형제애를 해치고 있다는 뜻도 전했다. 아울러 모든 권력이 로마로 집중된 교황청의 권력 일부를 전 세계 가톨릭 주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 수 있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이날 교황청 관리들은 심각한 얼굴이었으며 교황 연설이 마친 후에도 아주 어색하게 박수를 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지난해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 내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 왔던 바티칸은행의 개혁 작업에 착수했으며, 교황청 행정조직의 개혁을 위한 자문팀도 임명하는 등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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