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조정, 방송유지·재개명령권, 재정제도 도입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와 유료방송사 간 재송신료 갈등과 관련 직권조정, 방송유지·재개명령권, 재정제도를 도입한다.
방통위는 18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진행된 54차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자 간 재송신료 분쟁으로 발생했던 블랙아웃(방송중단) 등의 시청자 이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당사자의 신청이 없어도 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하는 ‘직권조정제도’가 신설된다. 또 방송중단이 임박한 경우 방통위가 방송사업자에 한시적으로 유지·재개를 명할 수 있게 하는 방송유지·재개명령권이 도입된다.
재정제도는 당초 원안에서 일부 수정돼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 등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의 공급·수급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국한해 방통위가 당사자의 재송신료 대가 산정에 개입하고, 준사법적 절차를 거쳐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날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방통위원은 직권조정과 방송재개명령권 도입에는 의견을 같이 했으나, 재정제도에 대해선 찬반이 갈렸다. 조율 과정에서 재정제도를 강력히 반대한 허원제 부위원장이 회의장에서 퇴장해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재정제도에 대해 김재홍 위원과 고삼석 위원은 “제도의 대상 범위가 너무 넓어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에 대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주 위원은 방송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허 부위원장은 재정제도에 대해 완강히 반대했다. 부위원장은 “재정제도는 방통위가 방송사에 대한 재량권을 행사한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언론기관의 자유, 보도의 자유가 침해되며 이는 행정기관의 사전 검열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직권조정과 방송재개명령권 만으로도 시청자 권익 보호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재정제도는 방송 편성이나 내용 등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할 때 이해관계자 간 공급대가를 어떻게 산정하는 가에 대한 문제에 국한돼 있다”며 부위원장의 의견을 반박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재정신청이 있다 해도 방통위가 조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조정을 회부할 수 있고, 재정하더라도 우선적으로 합의권고를 하게 된다”며 “만일 재정진행 중 한쪽이 소송을 신청하면 바로 재정이 취소되는 단서들을 달았기 때문에 부위원장의 우려는 기우다”라고 말했다.
이번 의결은 부위원장이 퇴장한 채 진행됐다. 최 위원장은 “재정제도는 우선 국민관심행사로 범위를 축소해 운영하고 추후 국민적 동의가 있을 경우 그 범위를 확대해 도입하겠다”고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