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트’ 부지영 감독. (사진제공: 명필름)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도경수 씨 때문이라도 10대들이 ‘카트’ 많이 보길 바라요. 10대들도 당당히 노동의 권리를 인정받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기에 이번 영화를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기자는 사회부 시절에 만난 취재원 중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거나 기본적인 인권 존중도 이루어지지 않는 현장에서 고통스러워하던 10대 청소년들을 아직 잊지 못한다. 마땅히 보호해줘야 할 어른들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청소년의 인권과 노동권을 박탈하는 모습은 혀를 차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어른이라서 하는 행동은 아니다. 통상 노는 ‘을’, 사는 ‘갑’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동권과 인권 침탈은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사회부조리 아니던가.

하루살이 목숨처럼 해고의 불안감을 느끼며 일하는 비정규직은 이것의 체감온도가 더 높을 터.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마주하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비참한 노동 현장 속에서 희망과 성장을 담은 부지영 감독의 메시지, 영화 ‘카트’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부지영 감독을 만났다. 토론토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관객과 언론을 만났던 부 감독이지만 정식 개봉을 앞둔 그녀는 “흥행은 정말 장담을 못 하겠다”며 웃어 보였다.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 ‘도시기행’ 섹션에 정식 초청돼 물을 건너갔던 영화 ‘카트’는 현지 상영회 때 그야말로 눈물의 도가니였다.

부 감독은 “토론토 한국 교포들은 물론 통역해준 친구도 너무 눈물을 많이 흘렸다. 영화의 소재도 그렇지만 한국영화가 토론토에서 상영된 것 자체로도 마음을 울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산영화제 때는 가수 겸 배우 도경수 덕에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경수 씨 영화 중간에 뺨 맞는 신이 나올 때는 거의 통곡하는 분위기였다.(웃음)”

유머를 곁들여 익살스럽게 국제무대에 섰던 이야기를 전달했던 부 감독. 그러나 이번 영화는 절대 가볍게 넘길 소재가 아니다.

이미 한국사회의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를 처음으로 상업영화로 선보였다.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군가는 이를 정치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 선뜻 메가폰을 잡기 어려웠을 수 있었지만 부 감독은 매우 ‘심플’ 하게 결정을 내렸단다.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망설임 없이 바로 오케이 했던 작품이다. 복합적인 결정요인이 있었지만, 일단 명필름이니까. 제작자의 용기 있는 기획이 마음에 들었다.”

설립 아래 꾸준히 새로운 주제에 대한 과감한 접근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온 명필름의 신뢰가 부 감독의 손을 이끌어줬던 것이리라.

부 감독은 비정규직이라는 소재를 두고 더하거나 빼지를 않았다. 날것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거칠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로 기승전결을 날린다.

무엇보다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대를 이끌어가는 인물이 바로 영화 속 선희 역에 염정아다.

드라마 ‘로열패밀리’ ‘나비부인’ 등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염정아는 극 중에서 생활밀착형 연기로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을 전달한다.

“최근 정아 씨 나온 드라마는 본 적이 없어서 도회적인 이미지보다는 영화 ‘범죄의 재구성’ ‘장화홍련’ 이미지가 인상 깊었다. 그때 느낀 게 정아 씨는 정말 연기를 솔직하게 한다. 캐릭터가 강하든 말든 본인 내숭 없이 허울 없이 연기한다. 오히려 그것이 정아 씨의 생활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 그래서 정아 씨를 이번 영화에 캐스팅하게 됐다. 그리고 원래 연기 잘하는 배우는 어느 역이든 잘해낸다.(웃음)”

영화는 비정규직을 소재로 했지만 여성 노동자의 애환을 담기도 했다.

생활비를 벌려고 악착같이 일하는 마트 직원에게 ‘반찬값이나 벌러 온 여사님들’이라고 표현하는 영화 속 대사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분명한 차별로 느껴진다.

부 감독은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에 대한 애환을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연출하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자기 목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던 조합원들’의 모습은 특정 인물들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전반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에 행복해했던 조합원들의 모습을 심도 있게 표현했다. 투쟁이 전부가 아니라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했던 조합원들의 목소리. 이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목소리다.”

부지영 감독의 대표작이 바뀌었다. 영화 ‘카트’로 인해서. 부 감독은 이번 영화가 부끄럽지 않을 자신의 필모그래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 이번 영화 하길 잘했어’라는 마음이 변하지 않을 영화라고 말했다.

부지영 감독의 신작 ‘카트’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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