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기미를 보이던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제의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사실 이런 분위기로 가다간 남북 대화의 ‘불씨’가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북한은 특히 최근 대화의 분위기를 주도하려는 일련의 행동에 나섰다. 지난 7일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남북 함정 간에 사격전이 있었다. 10일에는 남한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향해 북한이 고사총을 발사했다. 북한군은 또 지난 18·19일 철원과 파주 북방의 비무장지대(DMZ) 내 MDL에 접근해 총격 사태가 발생했다.

한발 나아가 북한은 고위급 접촉을 앞세워 남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주문하고 있다. 북한은 22일 고위급 접촉 대표단 성명에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오는 도발행위를 막는 조치를 한다면, 2차 고위급 접촉을 개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대북전단 살포 등을 중지하라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일련의 도발행위로 인해 대화의 진정성에 의문이 달린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앞에선 ‘대화’를 외치면서 뒤에선 ‘도발’에 나서는 이중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은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하는 등 성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5.24조치 해제 문제 등도 적극 검토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특히 북한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주도적인 입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대답만 기다릴 게 아니라,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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