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일국, 주인공 1인 2역 소화
방대한 내용 압축해 전개
한국 전통무예 수벽치기 삽입
만주벌판 등 입체 영상 재현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우리는 ‘대한민국 의병장 중령’ 안중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는 한 부분에 그친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를 ‘의사’로 부르지만, 그는 거사 직후 일본 경찰에 잡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일본에 맞서 자신을 스스로 ‘대한민국 의병장 중령’이라고 칭하며 “나는 ‘전쟁포로’이니 일본법으로 벌할 수 없고 만국공법으로 대하라”고 당당히 천명한 위인이다.
2010년 국립극장 하늘극장, 2011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연이어 공연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명품 연극 ‘나는 너다(부제: 살기 위해 죽으리라)’가 안중근 의사 서거 105주년을 기념해 오는 11월 감동의 무대에 오른다.
안중근은 오늘날에도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가장 뜨거운 인사로 기억되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다. 이번 작품은 단지 민족 영웅을 찬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친일파로 훼절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의 삶을 들어내어 놓음으로써 이 시대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안중근의 실천과 정신을 기억하며 그 뜻으로 안중근을 꿈꿀 것인가 혹은 이대로 준생으로 남을 것인가!’, 공연 내내 작품이 관객에게 던지는 이러한 질문은 가슴 깊숙이 자리 잡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진다.
이미 4년 전 명품 연극 ‘나는 너다’를 탄생시킨 연출 윤석화는 지난 14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압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벽치기라는 것을 작품에 응용했다”며 “압축하고 절제해서 정신이나 의미를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말 어렵게 만든 작품”이라고 밝혔다. 윤석화는 직접 극의 음악 넘버 모두를 작곡하기도 했다.

안중근과 안중생 1인 2역을 소화하는 배우 송일국은 “안중생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매우 충격적이었다. 작품 참여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극본을 읽어보고 해야 한다 생각했고, 1인 2역임에도 용기를 내어 하게 됐다”고 출연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작가 정복근은 “안중근이란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가족사를 같이 대비했을 때 처형당하기까지 가족에 대해 품었을 비탄과 노심초사를 생각해봤다. 아들이 대표적인 친일 행적을 남긴 것에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오늘날 안중근이 우리에게 어떻게 말할까를 생각해봤고, 그가 오늘의 우리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함으로써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우리의 질문에 답하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중근의 위대한 지도자적 면모를 뒤에서 이끈 것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다. 어머니 역할에 배우 박정자는 “조마리아 역할은 연극 생애 잊지 못할 가장 가슴이 뜨거워지는 배역이다. 윤석화 연출이 같이하자고 했을 때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조마리아를 소개하자면 세 음절로 ‘어머니’다”고 말했다.
작품의 극본은 방대한 자료 조사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성됐다. 광대한 만주벌판과 하얼빈 시가지, 여순감옥의 사형장 등 역사의 상징물들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은유적 영상으로 표현하며 105년 전을 거슬러 올라간다.
안중근 의사 서거 105주년 기념 연극 ‘나는 너다(기획·제작 돌꽃컴퍼니 윤석화 대표)’는 오는 11월 27일부터 새로 오픈한 압구정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대한민국석 10만 원, 독립석 7만 원, 만세석 5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