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1㎏급 결승에서 한국의 정지현이 테크니컬 폴승으로 승리를 거둔 뒤 태극기를 손에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아테네 영웅’ 정지현(31, 울산남구청)의 오뚝이 근성이 10년 만에 마침내 결실을 봤다.

정지현은 지난달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1㎏급 결승전에서 딜쇼드존 투르디에프(우즈베키스탄)를 1분 18초 만에 9-0 테크니컬 폴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정지현은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노골드에 그친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베이징올림픽(2008년)과 광저우대회에서 연달아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레슬링은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66㎏의 김현우가 금 갈증을 해소하더니 이번에는 정지현이 바통을 이어받아 해결사가 됐다.

한국 레슬링은 이번 대회 자유형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섰으나 은1, 동6개를 획득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결승무대를 목전에 두고 다들 줄줄이 패해 안타까움만 더했다. 남자 70㎏ 오만호(25, 울산남구청)만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해 모두의 기대를 안고 경기에 나섰으나 베크조드 압두라크모노프(우즈베키스탄)의 벽을 넘지 못해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이제는 그레코로만형에 기대를 걸게 된 가운데, 21살 때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정지현이 어느새 맏형이 돼, 신설체급인 71㎏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지현은 아테네올림픽 이후 60㎏급이던 체급을 66㎏급으로 올렸으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이에 다시 60㎏급으로 복귀했지만 베이징올림픽 8강에서 탈락했고,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리고 런던올림픽에서는 또 다시 8강에 머물며 시련을 겪어야 했다.

결국 정지현은 66㎏급으로 체급을 다시 올렸지만 올해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은퇴를 고민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행히 71㎏급이 신설되면서 정지현은 뜻밖의 기회를 얻었고 마침내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누렸다.

이번 대회 정지현의 가장 큰 고비는 4강전이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사에이드 아브드발리(이란)를 만나 고전했다. 특히 아브드발리가 수차례 머리로 얼굴을 들이받으면서 정지현은 눈 주위가 피멍이 들고 퉁퉁 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4-6으로 뒤지고 있던 정지현은 아브드발리의 공격에 넘어졌고, 양족 어깨가 매트에 닿았다며 폴 패배를 선언 당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결과 아브드발리가 목을 조른 것으로 밝혀져 판정이 번복돼 기사회생했다. 이후 4점을 뽑아내 최종 9-4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를 만나 4강전 체력소모가 심했던 데다 눈 주위까지 부어 있었지만 정지현은 결승전을 시원스럽게 끝냈다. 1피리어드 시작 30초 만에 엉치걸이로 상대를 넘어뜨려 4점을 획득하며 기선제압을 했고, 이후 상대를 밖으로 밀어내 1점을 추가한 데 이어 다시 업어치기로 4점을 추가해 1분 18초 만에 9-0 테크니컬 폴승을 거뒀다.

정지현은 승리가 확정되자 안한봉 감독의 품에 안겨 눈물을 글썽거리며 금메달의 감격을 만끽했다. 정지현의 오뚝이 근성이 10년 만에 마침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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