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달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레트로봇 이달 감독 인터뷰

TV 애니메이션 ‘또봇’ 한국뿐 아니라 대만서도 인기
따뜻한 가족 얘기 주제로 한국의 생활상 작품에 담아

또봇 극장판도 준비 중, 내년 하반기쯤 개봉 예정
10~20대 청소년·어른팬들 위한 작품도 만들고 싶어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이달 감독이 어렸을 적엔 마징가 제트가 시대를 주름잡고 있었다. 물론 그 후에도 인기절정의 애니메이션은 계속 등장했다. 이를테면 ‘피구왕 통키’ 같은.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그의 마음에 다시 감흥을 준 건 대학 3학년쯤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나왔을 때다. “애니가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음악도 대단했다. 인어공주의 OST ‘언더더씨(Under the sea)’는 탄성이 나올 만큼 놀라운 조합으로 느껴졌다.

현재 그는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감독이다. 4년 전부터 방영을 시작한 ‘또봇’이 대표작이자 첫 번째 창작물이다. 또봇의 3~7세 열혈팬들이 고사리 손으로 써내려간 팬레터를 보내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시청 연령대를 약간 높인 ‘바이클론즈’를 내보내고 있다.

2008년 회사는 5명으로 출발했다. 회사명 ‘레트로봇’은 굳이 번역하면 ‘추억의 로봇’ 정도가 된다.

그는 40살에 레트로봇을 세우며 독립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업계 사정이 녹녹하지 않다는 건 상식에 가깝지만, 그래도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처음엔 다른 창작사의 외주 일을 했다. 하청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그러다 2009년부터 ‘또봇’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으면서 ‘레트로봇’은 창작사로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외주만 할 때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밤샘작업도 잦았는데, 지금은 주5일 근무를 지킬 수 있어서 여건이 많이 나아졌죠.”

직원들과 달리, 그는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금요일 밤에 퇴근하는 자신만의 5일제로 살고 있다. 100여 명이 일하는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감이 만만치 않은 탓일 거다.

아래는 이달 감독과의 일문일답

-회사를 차리고 감독이 된 계기는
87학번으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전공에 별 흥미를 못 느끼다가 컴퓨터 그래픽 회사에 입사했다. 어느 날 미국 ‘픽사’가 ‘토이스토리’를 내놨다. 충격이었다. 같은 3D를 이용해서 작업하는데 우리가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만들어낸 거다. 충격이고, 자극이 됐다.

회사는 방향을 애니메이션으로 틀었고 ‘큐빅스’라는 애니를 만들어 2000년대 초 미국 전역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한국산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였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회사를 뒤로하고 결국 독립을 결심했다.

-애니메이션 산업을 어떻게 보나
사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애니는 사업성이 좋다고 볼 수 없다. 노동집약적이고, 리스크도 크다. 돈을 바라는 사람이 하기에는 적합지 않은 사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외주사가 아닌 창작사들조차 사정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은 괜찮지만, 다음 프로젝트까지 공백기가 이어질 때 회사들이 말 그대로 휘청휘청한다.

방송국이나 창업투자사로부터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을 해 나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레트로봇의 경우 ‘또봇’을 만드는 완구기업 영실업이 초기에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전액 투자했고, 이후 모자란 부분은 레트로봇이 현금을 출자했다. 업계에서 보기 드문 케이스다.

-작품에 본인이 담고 싶은 소재들을 담나

예전부터 가족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사실 어느 정도 디즈니를 벤치마킹한 건데, 가족의 소중함을 다루는 디즈니 만화는 모든 연령대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 전략은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가족 이야기라는 게 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다양한 줄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레트로봇 애니메이션은 가족 얘기와 함께 한국의 생활을 그대로 담고 있다. 내가 또봇 시리즈에 유일하게 직접 넣은 곡이 있는데 ‘어김떡순’ 송이다. 떡볶이 김밥 순대가 나온다.

-본인의 작품에 만족하는 편인지, 극장판은 언제 볼 수 있나

만들고 나서, 한숨이 나올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TV시리즈 제작 여건 상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한숨을 쉬면서도 내보낸다. 이 상황에선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는 거다.

TV시리즈는 정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또봇’ 극장판을 준비한다. 극장판은 사업권도 전부 우리 회사가 가질 수 있다. 개봉은 내년 가을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계속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줄거리를 장면별로 배분하고 나니, 엔딩 부분이 기대보다 만족스럽다. 이제 좀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왜 어려운가, 문제점이 무엇인가

국내 애니메이션은 TV시리즈가 공중파에서 방영된다고 해도 제작비의 10분의 1을 건지기 힘들다. 수익을 다른 데서 내야 하는데 그게 캐릭터 사업, 완구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뽀로로가 그런 케이스다. 코코몽을 제작한 올리브스튜디오도 대기업인 이랜드가 인수해 캐릭터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작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만든 제작사는 돈을 벌기 힘든 구조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방송되면 방영권료를 받아 제작비를 회수하거나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또봇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즌마다 새로운 또봇이 등장한다. 완구·캐릭터 사업으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또봇을 억지스럽지 않고 튀지 않게 줄거리에 등장시킬까, 정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가 장수하기 위해서라도 영역을 넓히고, 완구에 의존하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게 답이다. VOD나 극장판 제작을 통해 영상 자체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팬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또봇은 3~7세가 보는 만화지만, 팬층이 10~20대에 걸쳐 있다. 성인 팬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고마운데 미안한 마음도 크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있거나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긴박한 순간에 로봇이 한참동안 변신을 하기도 하고, 짧은 러닝타임 때문에 이야기를 밀도 있게 전개하기 어렵다. 우리 회사도 3번째 작품부터는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회사를 오래 이끌어가는 게 목표다. 다행히 첫 작품 또봇이 대만에서도 방영 중인데 반응이 좋다. 지금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가 어려워진 데는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해온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시켜 나가다 보면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이달 대표가 액션 감독(맨 왼쪽) 및 5명의 감독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