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8일 오후, 한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출국했지만 4박 5일간 이 땅에 머무르면서 남긴 잔영(殘影)은 비단 종교인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에게 진한 감동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입국 시부터 출국 때까지 100시간 동안 교황이 남긴 발자취는 한마디로 인간 중심이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진정한 내비침이었다. 시종일관 미소와 온유함으로 힘들어하는 자를 위한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가히 세기적(世紀的) 지도자였다.

비록 4박 5일간 짧은 일정이지만 한국 내에서 보여준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계적 종교지도자로서의 면면을 빠짐없이 보여주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종교인들이나 사회인들이 인류평화를 위해, 또 국가·사회를 위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치열하게 행동해야 하는지 삶의 방도를 일깨워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일정에서도 나타났지만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도 교황은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며 유가족들을 향해 한결같은 진심을 보였다.

종교지도자는 정치에 연연하지 않듯 교황은 국내에 머무는 동안 정치문제에서도 단호했다. 기내의 귀국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의 답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하면서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머문 100시간 동안 보여준 교훈과 귀감들, 16건 공식행사에 참석하느라 팔순 가까운 노구를 이끌고 1000㎞ 이동거리를 소화해내면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는 바, 그러한 교황의 열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과 인간중심이자 인류평화를 위한 기도의 발로(發露)라 할 것이다. 그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 애착을 갖고, 때로는 재치 있는 유머와 즉흥적인 행동과 소탈함으로 우리 국민을 웃기고 울리기도 했으니 한없이 낮은 데로 임하는 교황의 모습은 한국인들에 교훈을 주고 오래도록 감동과 존경으로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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