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최근 체육계를 시끄럽게 한 일의 하나는 국립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인사 문제였다. 총장후보 초빙위원회라는 형식으로 일종의 간선제로 뽑는 한국체대 총장 선거서는 지난 16개월 동안 모두 한국체대 교수 출신인 3명의 총장 후보자가 1순위로 추천됐다. 하지만 교육부 인사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들 모두 비리 의혹 및 논문 표절 등으로 인해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했다. 따라서 총장 공백으로 학교 행정에 혼미를 거듭하던 한국체대는 그동안 총장 대행체제로 운영하며 많은 어려움을 맞았다. 총장 인선 파행으로 인해 한국 최고의 체육 전문대학으로서의 화려한 명성에 적지 않은 흠점이 생겼다.

지난달 28일 실시된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가 관심을 모았던 것은 이런 저간의 사정이 작용했다. 이날 선거에서 조현재(54) 전 문화체육부 제1차관, 김대식(52) 동서대 교수 등 2명의 외부인사와 육현철(51) 한국체대 교수 1명의 내부 인사 등 모두 3명이 출마했다.
선거 결과는 총 46표 가운데 가장 많은 29표를 획득한 조현재 전 차관이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추천됐으며 2순위에는 11표를 얻은 김대식 동서대 교수가 올랐다. 육현철 교수는 6표로 3순위를 했다.

한국체대 총장은 후보초빙위원회가 1, 2순위 후보 2명을 정해 교육부에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이 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임명을 제청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조 전 차관은 한국체대 총장 초빙위원회의 출마 요청을 받고 이번 총장 선거에 출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차관은 교육부 인사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별다른 부적격 사유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한국체대 총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조 전 차관이 총장 임용 1순위 후보자로 지명됨에 따라 한국체대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지난 1977년 개교이후 사상 처음으로 맞은 미증유의 총장 공백 사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조 전 차관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31년 공직생활을 문화관광부 체육국장, 문화체육관광부 기조실장 등을 맡은 정통 체육 관료출신으로 체육 행정과 조직 관리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 전 차관은 초등학교 시절 체조 선수생활을 하기도 해 일선 체육인들과 각별한 관계를 쌓았으며 선수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쁜 공직생활 속에서도 학구적인 자세를 잃지 않아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조 전 차관이 빠른 시일 내 정식 임명을 받아 그동안 표류하던 학교 행정을 조속히 정상화시키고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학교 발전을 이끌었으면 하는 게 한국체대의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2016 리우하계올림픽과 함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한국체대가 많은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해 국가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행정에 밝고 추진력이 뛰어난 조 전 차관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체대는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 등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 스타를 배출하는 등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낙후종목인 설상 및 썰매 종목(바이애슬론과 봅슬레이, 스케리턴, 루지) 등에서 유망주들을 꾸준히 양성했으나 지난해 임기만료 된 김종욱 전 총장 이후 총장 공백 등으로 인해 여러 훈련과 지원 등에서 적지 않은 차질을 빚었다.

이번 조 차관의 총장 후보 1순위가 정상대로 총장임명으로 굳어질지, 아니면 다시 인선 불발로 이어질지에 따라 한국체대의 운명이 달라진다. 한국체대가 총장 인선을 둘러싼 시끄러운 논란을 잠재우고 조 전 차관을 사령탑으로 한 새로운 총장체제로 한국 스포츠 메달의 산실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에 체육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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