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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볼까 염려한 4대 업체 담합의혹
학부모단체 “정부, 법적 조치 취해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국공립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학교주관 교복구매 제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한 교복가격 안정화 방안’에 합의한 교복업체들이 태도를 바꿔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고 개별 구매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출고 가격을 결정함으로써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한 ‘학교주관 교복구매 제도’를 마련했다. 지난 3월에는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와 교육부, 한국교복협회, 한국학생복사업자협의회는 ‘학교주관교복구매 제도’를 이행하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제도에 따라 학교들은 올해 4월부터 입찰을 시작했으나 교복 업체 참여비율이 낮아 문제가 되고 있다. 기자가 조달청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니 실제로 지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나라장터에 올라온 교복 공동구매 공고 136건 중 개찰이 완료된 공고는 55.8%(76건)뿐이었다. 나머지 44.1%(57건)는 유찰됐다.

학부모단체들은 교복시장의 75~80%를 차지하는 4대 업체(스마트, 스쿨룩스, 아이비, 에리트)가 담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교복업계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4대 업체가 담합해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으면 입찰이 무산되고 학교주관 구매가 무력화됨에 따라 개별구매로 돌리려 한다는 것.

4대 업체들은 개별구매로 해야 중간 마진율이 남기 때문에 공동구매를 할 경우 큰 손해를 봐 담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교복협회 관계자는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교복업체와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돌연 무산됐다.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김선희 회장은 “입찰 거부 행위에 대한 담합 의혹은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강력한 의지로 교복 업체의 불법․탈법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학부모의 교육비에 대한 고단함도 외면하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도 가볍게 생각하는 교복업체의 무소불위 횡포를 정부가 반드시 근절시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4대 업체 담합의혹에 대해 한 대형교복업체 관계자는 “전자입찰 참여는 본사 쪽에서 하라, 마라 할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는 대리점의 자유 의지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공동구매와 교복 물려 입기운동 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과 교복 디자인 변형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또 교복 공동구매는 학부모단체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이권이 개입되고 회계가 불투명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교육부는 일방적으로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학교 주도로 업체 간 경쟁을 통해 교복공급업체를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시장을 독점한 교복 4대 업체에 경쟁원리를 도입해 가격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학교주관 교복구매 제도’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학부모 및 학부모 단체가 희망하는 인상률(인하율) 등을 반영해 교복 출고 가격이 결정된다.

2015학년도부터 국공립 중고등학교에 도입될 예정인 이 제도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개인 비용(교복값)을 학교 회계로 편입하기 때문에 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조달청을 통해 최저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낙찰되는 방식으로 진행돼 이권 개입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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