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다는 것

공현혜

 

사람이 낮고 낮아져
흙이 되는 시간 보다
세상이 높고 높아져
벽을 낳는 시간이 짧다

 

남의 자리에서 부르던 노래는
닿을 곳 없이 흩어져도
노둣돌 나누며 부르는 노래는
닿는 곳 마다 싹을 틔우는데

빈 가슴으로 밀려
파도치던 발자국들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고
우렁이 껍질 하나 남은 거리

바람 드나들 때 들리는
껍데기의 노래
‘누구에게 갈 것인가
어린 고민은 맛있었고
어디로 갈 것인가
백발의 고민은 아프다

모두 버린 마음의 진창에서
노래하던 달콤한 입술들
흙이 되어 풀뿌리 키우는 사이
노래는 살아남았다
흙이 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약력-
경주문예대학 3기 수료
현대시 문학 시 추천등단
서정문학 시 등단
작가시선 동시 등단
경남통영문인협회·경주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아동문학회·예원문학회·서정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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