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이라크 북부 모술과 쿠르드 도시 아르빌 사이 카제르 지역의 한 검문소에서 한 난민 소녀가 울고 있다. 최근 이라크 내전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수니파 무장세력(ISIL)이 이날 쿠르드의 한 기독교 마을을 공격해 점령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수천명 피란… “기독교-이슬람교 역사상 이런 극악무도한 짓 없었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라크 내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기독교인 박해가 극에 치닫고 있다.

최근에는 기독교인들에게 개종을 강요하고, 개종 대신 비무슬림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납부할 시 살해하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내렸다. 수천 명의 기독교인들은 피란길에 올랐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 지도자 “악독한 집단”

20일(현지시각) 이라크 내 가톨릭 지도자들은 ISIL을 향해 “칭기즈칸보다 더 악독한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루이 라파엘 사코 대주교는 바그다드 동부지역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해 “기독교와 이슬람교 역사상 이런 극악무도한 짓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며 “칭기즈칸과 훌라구칸도 이렇게 잔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ISIL의 협박은 기독교 박해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자신의 집에서 쫓겨난 기독교인들은 많은 재산을 무장단체에 뺏겼다”고 호소했다.

훌라구칸은 1258년 바그다드를 침공해 칼리프를 살해하고 주민 수천 명을 학살하는 등 이슬람 사회에서는 악명 높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개종하지 않으면 칼의 응징”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ISIL은 자신들이 장악한 이라크 제2도시 모술에 거주하는 기독교인들에게 19일까지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발부했다.

이들은 “기독교인들이 지즈야(비이슬람교도에 부과하는 인두세)를 내거나 개종하기를 거부한다면 칼의 응징만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이후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수천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쿠르드자치구 등 이웃 지역으로 피난을 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들이 처음부터 기독교인들에게 잔인하게 대한 것은 아니다. 카라쿠쉬로 대피한 현지 한 주민은 “몇 주 전 IS의 모술 장악 초기만 해도 그들은 우리에게 친절했다”면서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며 누구에게 공격을 받으면 연락하라’면서 휴대전화번호까지 주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며칠 전부터 태도가 돌변해 IS가 잔인한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인들은 처음에는 비이슬람자들이 내야 하는 세금인 ‘지즈야’를 낼 움직임도 보였지만, 최후통첩 이후 대거 피란을 시작했다.

◆반기문 “기독교인 박해, 반인륜 범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성명서를 내고 “종교나 인종을 이유로 민간인에게 행해지는 조직적인 공격은 모두 반인륜적 범죄”라며 “이라크 내 기독교인 박해는 반인륜 범죄”라고 규탄했다.

반 총장은 “모술 등 IS가 지배하는 이라크 지역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처우가 특히 우려스럽다”며 “투르크족, 야지디족, 샤박족 등도 살인이나 유괴, 사유재산 파괴를 당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내 기독교인은 100만 명으로 그간 추산돼 왔지만 2003년 이후 무슬림 테러단의 공격이 이어지며 45만 명까지 줄었다. 특히 모술 지역에서는 6만 명에 달하던 기독교인이 3만 5천 명으로, 이번 사태로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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