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남성이 17일(현지시각) 그라보포 인근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잔해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 모두 여객기 피격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미국, 친러시아 반군 소행 잠정 결론”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미국 정부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이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반군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WP)는 익명을 요구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고,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공격에 지대공 미사일이나 유사한 종류의 무기가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러나 “이 관리가 아직 최종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피격 여객기가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발사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았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면서도 “누가 미사일을 발사했는지 추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이번 사건이 반군의 소행이라고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분리주의 반군과 러시아 공작원이 여객기 격추를 논의한 증거로 이들의 전화통화를 도청한 자료 2건을 공개하며, 반군 소행임을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내각 회의에서 “당연히 사고 지역 국가(우크라이나)가 비극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동부에 평화가 정착됐거나 전투행위가 재개되지 않았더라면 이 비극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군의 소행으로 결론이 날 경우 이들을 지원해 온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국제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누가 항공기를 격추시켰는지 규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충분하며 철저한 국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누가 여객기를 격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이사국들 간 입장이 엇갈렸다.

이와 관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경악할만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서의 무력 대결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반 총장은 “끔찍한 이번 비극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책임자는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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