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는 ‘양의 나라’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다. 양의 수가 인구수보다 무려 약 10배나 많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으며 대륙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관계로 뱀이 서식하지 않은 특이한 나라다. 총면적이 한반도의 1.2배에 이르나 전체 인구는 약 446만 명 정도다. 민족 구성은 유럽인 68%, 원주민인 마오리족 14%, 아시아인 9.2%, 폴리네시아인 6.9%로 돼 있다. 이처럼 다민족 구성에 인해 문화의 다원성을 표방하고 있으며 공용어로 영어와 마오리어를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뉴질랜드의 제5위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20세기 말까지 뉴질랜드에서 한국어는 일본어 및 중국어의 그늘에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한국어가 금세기 들어 한류의 영향, 한국의 경제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열풍을 형성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어·한류 열풍이 늦게 시작된 원인으로는 뉴질랜드인들의 성향이 보수적인 데다가 대중문화에 민감한 다수 청년층의 해외 유출 등을 들 수 있다.

필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5년까지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교에서 유학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웰링턴 빅토리아대학교에 개설됐던 한국어 강좌는 개인·그룹스터디를 통해 뉴질랜드 학생은 물론 중국인·일본인 유학생들이 학점과 관계없이 교양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꽤 있었다.

현재 한국어학과로 지정돼 운영하는 대학은 없다. 다만 오클랜드대학교에서 아시아학부 내에 한국학과가 개설돼 있어서 한국학 학사학위소지자를 배출하고 있다. 와이카토대학교에서 5년간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운영된 적이 있으나 2000년대 중반 폐강됐다. 근자에 들어 메시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개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류는 2000년대 이후에 아시아계 유학생 및 이민자들을 통해 확산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뉴질랜드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와 K-Pop은 유학생, 젊은이들과 중년에 이르기까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뉴질랜드에서 유학한 중국인 유학생들 중 일부는 다시 한국에서 어학연수나 유학을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뉴질랜드 Stratos&Triangle TV에서 2009년 10월부터 2010년 5월까지 8개월 동안 방영된 ‘대장금’은 현지인 시청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한식 행사가 개최돼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류를 지속해서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영화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뉴 공동제작 영화가 추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중 ‘실미도’ ‘번지점프를 하다’ ‘남극일기’ 등은 뉴질랜드에서 촬영 또는 제작됐다.

한편 약 5000명의 K-Pop 동호회는 2011년부터 오클랜드,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지역별 모임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어·한류가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소통의 방식이나 대중문화에 대한 매료가 아닌 부가가치의 축을 형성해야 한다. 따라서 현지 진출 한국기업과 교육기관이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어 한국어 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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