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피겨 국가대표 김연아가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시상대에 오르는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기술에서 박한 점수, 아사다 마오보다도 낮아… 러시아 선수에게는 퍼주기

[천지일보=정희진 객원기자] “금메달일 겁니다. 흠잡을 데가 없네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러시아)와 접전이 될 것 같습니다.”

영국 BBC 방송 해설진은 김연아(24, 올댓스포츠)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과연 소냐 헤니(노르웨이)와 카타리나 비트(49, 독일, 구 동독)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선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다. 소트니코바가 무려 5점이나 앞섰다. 접전이 될 것이라는 BBC 방송의 해설도 무색해졌다. 해외 방송에서는 ‘맙소사’라는 말만 되풀이됐다.

이유는 역시 김연아에 대한 박한 점수였다. 스텝과 스핀은 물론이고 가산점(GOE)도 판정이 박했다.

김연아에 대한 판정을 보면 플라잉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과 마지막 콤비네이션 스핀에는 레벨 4를 줬지만 스텝 시퀀스와 레이백 스핀에는 레벨 3 밖에 주지 않았다. 충분히 레벨 4를 줄 수 있는 연기였는데도 전날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레벨을 낮추는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내려졌다. 이에 비해 소트니코바는 모든 스핀과 스텝 연기에 레벨 4를 받았다.

GOE도 너무 낮았다. 김연아의 전체 GOE는 12.20점으로 소트니코바의 14.11점보다 크게 낮았다. 소트니코바는 콤비네이션 점프 과정에서 두발 착지를 하는 등 실수가 있었는데도 GOE를 무더기로 받았다.

그러다보니 소트니코바는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 때 세웠던 프리스케이팅 세계 최고 점수 150.06점에 비해 고작 0.11점 밖에 뒤지지 않았다. 실수가 있었는데도 세계 최고의 연기라고 평가받은 김연아의 밴쿠버 프리스케이팅과 점수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김연아의 기술 점수는 69.69점으로 아사다 마오(24·일본)가 받은 73.03점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아사다가 트리플 러츠에서 롱 에지(잘못된 스케이트날로 점프하는 것),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과정에서 각각 루프와 토루프에서 회전수 부족이 나왔는데도 김연아보다 기술 점수가 높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유럽의 견제를 통한 러시아에게 금메달 안기기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은 각각 일본과 한국이 가져갔다. 게다가 1998년 나가노 대회와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대회도 미국이 따낸 터라 유럽이 소치 대회까지 놓친다면 20년째 금메달을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피겨에서 유럽의 헤게모니는 상상 이상이다. 피겨의 꽃인 여자 싱글 종목에서 유럽이 20년 동안 금메달을 가져가지 못하는 시나리오만큼은 막아야 했던 것이다.

결국 유럽은 김연아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실력 있는 유럽 선수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트니코바의 등장은 그동안 피겨 강국이면서도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단 한 번도 따내지 못했던 개최국 러시아에게 선물을 안겨줄 구실이 되기에 충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정희진 객원기자 tankpark@naver.com 다른 기사 보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