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18일 만인 26일, 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아주 어렵게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양측이 조정해 만들어진 자리가 아닌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의 중재로 마련됐다.

이번 철도노조 사태는 대화하지 않는, 소통이 단절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지난 13일 노사의 실무교섭을 마지막으로 양측의 갈등은 확산일로로 치달았다. 대화는 그쳤고 철도노조는 시위와 함께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와 코레일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KTX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말만 허공에 되풀이할 뿐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시위가 계속되자 대통령까지 ‘강경 대응’을 시사했고, 코레일 측은 시위에 참여한 노조원들을 무더기로 ‘직위해제’ 시켰다. 해고조치나 다름없는 코레일의 대응에 노조는 더 극렬한 시위에 들어갔다.

경찰의 대응도 더 강경해 졌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 9명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이들을 잡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가 자리한 경향신문사 건물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했다. 지난 22일 오전 9시 40분경부터 이들을 검거하기 위한 경찰과 노조 측의 대치는 저녁 7시가 넘도록 계속됐고, 결국 경찰이 건물 옥상까지 진입했지만 노조 간부들은 찾을 수 없었다.

행방을 감췄던 노조 지도부는 경찰 검거를 피해 24일 조계사 경내(境內)로 숨어들었다. 그리고는 결국 종교계에 ‘대화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어렵게 노사대화의 자리가 마련된 26일에도 코레일은 승무원과 기관사 660명을 대체인력으로 채용하겠다고 정식 공고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13일부터 있어진 일련의 과정을 보자. 이 모습이 과연 ‘대화’를 할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인가. 그저 편 가르기와 갈등, 대립을 당연시하는 비뚤어진 어른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서울역사 대기실 TV에서 관련 뉴스가 흘러나오자 이를 심각하게 바라보던 한 아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바보 어른들’이라 말한다. 아이도 안다. 싸움이 아닌 대화가 정답이라는 것을 말이다.

후대에 ‘대화도 할 줄 모르는’ 바보 어른의 모습을 유산으로 물려주지 않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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