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1년 연속으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준예산 편성이라는 또 다른 오점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심사와 법안 처리는 뒤로하고 정쟁에만 치중하는 정치권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예산안 처리를 위한 향후 일정도 순탄치 않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겨냥해 예결위 심사에 참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예산안 처리 시한인 2일부터 단독심사를 강행하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그러나 김한길 대표가 “직을 걸겠다”면서 강경투쟁의 배수진을 친 상태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야는 국회 파행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시각은 다르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등 쟁점현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만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화해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된 곳에 정쟁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집권 여당으로서의 지도력을 좀처럼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데 급급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민주당 역시 강경투쟁만으로 국민적 공감을 사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여야가 정쟁을 벌인 탓에 정기국회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부끄러운 모습이다. 정쟁에 매몰된 국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본다.

현재 국내외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안으로는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고, 밖으로는 방공식별구역 논란 등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같은 상황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여야는 언제까지 정쟁만 벌일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제라도 국민을 바라보고, 국회 본연의 임무를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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