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인 628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올해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부분의 상임위가 국감 활동을 마친 가운데 운영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일부 상임위만이 이번 주말까지 국감 일정을 남겨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치러진 이번 국감은 기대감과 비교하면 실망감이 컸다. 각종 의혹 제기 속에 정책국감은 실종되고 정쟁이 난무했다. 수박 겉핥기식 질의에 호통 치는 모습은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시민단체인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매긴 점수도 ‘C학점’에 불과했다. 매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받으면서도 문제를 고치지 못하는 모습이 한국정치의 현실인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국감 이후 정국에도 이 같은 정쟁 국면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국감 기간 치열했던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따른 여야 공방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데다, 감사원장·복지부장관·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해당 사안 하나하나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이슈다. 야당 역시 정치 현안과 예산 국회를 연계하겠다는 전략으로 알려져 치열한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전망 속에 올해 예산안 처리도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민생은 민생으로 풀고 정치는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 그 둘을 서로 엮으려 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정치 현안으로 민생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되고, 민생을 핑계로 자당에 불리한 정치 사안을 덮으려 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국감 이후엔 민생 법안 등 각종 법안 처리와 새해 예산안 심의 등이 당면 과제다. 국회의 여러 상임위엔 법안뿐만 아니라 최근 부상한 정치 현안도 함께 올라오게 된다. 정치 공방에 치우쳐 민생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국민적 의혹이 큰 정치 사안을 덮어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야가 민생과 정치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오히려 민의를 무시하고 당리당략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면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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