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문제가 죽고 경제가 즉위하자 조착은 어사대부(부승상 겸 감찰장관)에 임명되었다. 그는 즉시 원앙이 오왕에게서 뇌물을 받았다고 죄를 뒤집어씌웠다. 그러나 형 집행은 황제에 의해 면제되고 벼슬을 빼앗는 것으로 끝났다.
그 뒤에 오나라와 초나라의 반란 정보가 전달되었다. 조착은 이를 갈며 분하게 여겼다.
“원앙이란 놈이 돈을 받고 오왕의 음모를 숨겼구나. 그런 사실이 없다더니 이렇게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황제의 허락을 받아서 심문을 다시 하여 음모의 내막 모두를 폭로해야겠다.” 그러나 부관들이 일제히 반대했다.
“이미 반란군은 서쪽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원앙을 심문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원앙이 음모를 꾸몄다고는 도저히 생각조차 못할 일입니다.”
조착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었다. 그 사이에 그 사실을 원앙에게 알린 자가 있었다. 놀란 원앙은 그날 밤 두영을 만나서 오나라가 반란을 일으키게 된 원인을 설명하고는, “이 사건에 대해서 황제에게 직접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전에 나갈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십시오”라고 부탁을 했다. 두영은 다음 날 아침에 입궐하여 그 뜻을 경제에게 아뢰었다. 경제는 즉시 원앙을 불러들였다.
원앙이 어전으로 나아가자 그곳에는 조착이 나와 있었다. 원앙은 그를 내보내 줄 것을 청원했다. 조착은 황제의 명에 의하여 물러나가며 몹시 분하게 여겼다.
원앙은 조착이 나가자 오나라가 반란을 일으키게 된 이유를 상세히 경제에게 설명했다. 그런 다음 그 책임은 오직 조착의 정책 실패에 있다고 다음과 같이 잘라 말했다.
“우선 조착을 죽여 오왕에게 사의를 표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조착을 죽인다면 반란은 곧장 진압될 것입니다.”
조착은 영천 사람이다. 지현의 장희 선생 밑에서 법가의 학설을 배웠다. 함께 배운 인물로는 낙양의 송맹과 유예가 있다. 조착은 학식을 인정받아 태상(종묘의 의식 관리)의 부관 격인 장고에 발탁되었다. 그의 인품은 강직하고 준엄했다.
문제 때 상서(서경)에 통달한 사람은 천하에 하나도 없었다. 다만 그 이전에 진나라의 박사였던 복생이 제남에 살아 있어서 그만은 상서에 통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90세를 넘은 노인이므로 조정에 불러 낼 수는 없었다. 그러자 문제는 적당한 사람을 보내서 강의를 받게 하라고 태상에게 명령했다. 태상은 조착을 선택해 복생에게 보냈다.
복생의 강의를 듣고 돌아온 조착은 황제에게 정책을 건의할 때마다 반드시 ‘상서’를 인용해서 그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했다. 문제는 조착을 태자의 시종으로 임명하고 이어서 그를 문대부와 가령 등으로 승진시켰다. 조착은 태자의 은총을 한몸에 받았다. 태자의 신하들은 그를 ‘지혜의 주머니’라고 불렀다.
조착은 문제 때 수십 회에 걸쳐 정책 상소를 올렸다.
그가 말한 것은 제후의 영지를 줄일 것과 법령의 엄격화였다. 문제는 그의 의견을 따르지는 않았으나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여 중대부로 중용했다. 당시 그의 사고방식에 따른 것은 태자뿐이었고 원앙을 비롯하여 대신과 공신들은 모두 조착을 싫어했다.
문제가 죽고 태자인 효경이 즉위하자 조착은 내사(장관)로 기용되었다. 조착은 아무 때라도 황제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그 때마다 경제는 그의 말을 들어 주었다. 경제의 은총은 조착에게 집중되고 법령은 잇따라 바뀌었다. 승상 진저는 매우 언짢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조착을 무너뜨릴 실력이 모자랐다.
내사부는 태상황(고조의 부)을 모신 묘의 경내에 있었는데 문이 동쪽에만 있어서 사람들이 출입할 때마다 불편했다. 그래서 조착은 남쪽으로도 나갈 수 있도록 묘의 바깥 담에 구멍을 뚫어 문을 만들었다. 그 말을 들은 승상은 화가 났다.
“이 얼마나 불경스러운 짓인가. 옳다, 그 허물을 황제에게 건의하여 조착을 끝장내고 말아야지.” 하고 벼렸는데 조착이 이를 알아차리고 재빨리 그날 밤에 바로 입궐하여 그간의 경위를 자세하게 경제에게 고하였다. 이튿날 그 사실을 알 까닭이 없는 승상 진저는 아침에 평소대로 입궐하여 황제에게 제멋대로 태상황의 묘 담에 구멍을 뚫어 불경을 저지른 조착을 죽일 것을 정위에게 청원했다. 그러나 미리 조착의 보고를 받은 경제는 그것을 법으로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간단히 그 청을 물리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