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10.30 재보선’ 지원을 위해 경기 화성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그 지역구에 민주당 오일룡 후보의 손을 잡고 나선 것이다. 그들이 맞잡은 손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단순한 선거지원을 넘어 손 고문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렸던 지역에서의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적 도리, 그리고 더 크게는 왜 이번에 출마하지 않았는지를 생각케 하는 적극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만간 각 지역조직의 핵심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소식이다.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치닫더니 국정감사마저 여야 정쟁의 연속이다. 그럴수록 안철수 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소모적인 쟁쟁에 매몰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뭔가 새로운 희망을 찾고 싶을 때, 뭔가 판을 바꿔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릴 때 현실적 대안은 그래도 안철수 의원이 가장 유력하다. 이런 기대와 현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경쟁과 협력의 선순환 구조

어쩌면 앞으로의 한국정치의 큰 지형을 그릴 때 손학규 고문과 안철수 의원의 관계를 고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내년 지방선거는 건너뛰더라도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두 사람의 역할이 야권의 정치지형뿐만 아니라 대선판도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대권의 승부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먼 미래의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부터 준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툭 떨어지는 열매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격동의 한국정치에서 돌발변수는 많아도 우연히 대권을 거머쥐는 경우를 생각하기는 더 어렵다.

손학규와 안철수, 양쪽 모두 야권의 정치비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안철수 의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중도그룹을 견인함으로써 새로운 정치블록을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그 화두가 ‘새로운 정치’가 되든 ‘제3의 정치세력화’가 되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가질 수 없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탄탄한 정치력과 새로운 비전이 구체화될 경우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지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손학규 고문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때보다 더 유리한 국면이다. 일단 민주당에서 그와 견줄 만한 대선주자가 많지 않다. 문재인 의원을 말하지만 이미 상처투성이다. 다시 야권 전체를 대표하는 대선후보로 나서기에는 한계가 너무 크다. 더욱이 민주당 내 비노진영을 다시 끌어안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에는 의미 있는 ‘페이스 메이커’로 나서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손학규 고문의 경우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서 ‘민주당 혁신’의 마지막 카드로 여전히 유효하다. 혁신한 민주당은 곧 안철수 그룹과도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르면 차기 총선 전, 아무리 늦어도 차기 대선 전에는 혁신한 민주당과 안철수 그룹이 함께 갈 가능성이 높다. 그 협력의 열쇠를 손학규 고문이 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둘 중에 누가 야권의 대선후보가 되든 두 사람의 경쟁과 협력이 야권 전체의 활력을 살리고 야권의 정치지형을 넓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어느 쪽이든 소탐대실 할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난 뒤에 그 연장에서 협력의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모두 무서울 정도로 내공을 다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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