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균 ㈜동명에이젼시 대표이사

1991년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유는 쉬는 날이 많아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기업의 경제적 비용증가로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OCED) 국가와 주요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OCED 국가 중에서 상위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세계에서 유일한 언어이며 우리의 문화유산인 한글 창제를 기념하기 위한 한글날을 단순히 쉬는 날이 많고 경제적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한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현존하는 지구상의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창제 연월일과 창제한 사람이 밝혀진 언어는 우리 한글뿐이기 때문에, 유네스코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한글의 우수한 독창성과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중요한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한글 기념식을 처음 거행한 것은 1926년으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한 것은 1945년 이후의 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록을 볼 때 일제 강점기에도 우리 선조들은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온갖 고초를 당하면서 일제와 맞서 싸웠던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외래문화의 급속한 유입과 첨단 정보통신의 발달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용어들이 한글을 대신해 인터넷을 장식하고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상용어가 되고 있는 요즈음, 금년에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로 다시 지정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도 본다.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좀 늦게 지정하다보니 미리 발행된 달력에는 공휴일 표기가 안 된 것도 많은 탓에 일부 국민들은 공휴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을 수도 있음으로 정부는 많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알려주기 바란다.
우리가 가진 세계 유일의 언어 유산인 우리말과 글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하는 것은 우리국민의 도리요 사명이라고 느낀다. 그러므로 한글날을 다시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따라서 정부와 우리국민은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이나 국적불명의 언어의 남용으로 인한 우리말과 글에 대한 오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아니 될 것이며, 그러므로 국어교육을 시대에 알맞게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절실한 시점이다.
요즈음 우리 학생들은 국어보다는 외국어 공부에 더 열심이다. 학부모들도 외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자녀들이 입시나 취직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러한 연유로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는다는 이유로 외국 어학연수가 유행된 지 오래 되었고, 초중고 학생들도 어학연수도 부족해서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도 상당수임을 고려할 때,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우리의 국어교육 방식도 재고해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국제화 시대에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학생이 외국어의 중요성에만 집착해 우리글과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면 한글의 세계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국력신장으로 10위의 세계경제권에 들어있어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유수한 대학들과 국가들이 한국어과 증설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우리 학생들도 국어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어를 잘 못하는 학생이 영어 또는 다른 외국어를 잘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도 연구결과로 밝혀진 바도 있기 때문에 이점도 젊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오는 10월 9일 한글날 567주년의 법정 공휴일 지정을 맞아 학생들에게 외국어를 잘하려면 먼저 국어공부부터 잘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 학생들이 국어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해 우리글과 말을 사랑해 주기 바란다.
우리글과 말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무분별한 외래어의 남용으로 인한 정서의 혼란과 언어문화의 예속이라는 불명예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