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편의점 CU와의 5년 계약이 최근 만료된 우현숙(51) 씨는 “대기업과 계약 한 번 끝내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우 씨는 이미 7월 30일로 계약 만기가 지났지만 추석 연휴를 넘긴 9월 25일에야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기 위해 매장 공사가 급한데, 폐점을 미루는 본사와 계속 싸운 탓이다.
그동안 원활치 않은 폐점이 점주의 자살 등 많은 문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여전한 본사 위주의 정책 앞에 점주들은 끝까지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올봄부터 본사가 ‘상생경영’을 강조하며 내세운 각종 대책에도 점주들의 반응은 시원찮기만 하다.
우 씨의 매장은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해 있다. 5년 운영 끝에 800만 원의 빚을 안고 계약 종료일을 맞았다.
애초에는 CU와의 재계약도 생각했다. 새로운 것으로 전환하려면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노력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배분 비율(65:35) 변경 등을 놓고 본사와 합의를 보지 못했다. 장려금(재계약으로 시설비가 절감됨에 따라 본사가 매달 지급하는 금액) 문제도 본사와 얘기해 봤지만 만족할 만한 결론에 이를 수가 없었다.
옥신각신 끝에 결국 우 씨는 8월 7일 최종 통보를 하면서 8월 중순까지 폐점 완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폐점일은 본사로부터 정해져 내려와야 한다’며 담당자들은 정리를 꺼렸다. 우 씨는 “답답한 마음에 본사 책임자와 통화를 하려고 고객센터에도 전화를 해봤지만 ‘SC와 해결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급기야 8월 말이 됐고, 영업담당자들과 만나 추석 전까지 폐점하기로 담판을 지었다. 그러나 또 함흥차사였다. 새 매장을 열려면 하루하루가 급한데 9월 초가 되자 추석 전에 폐점을 해줄 수 없다고 회사 측은 말을 바꿨다.
우 씨는 “화가 치밀 수밖에 없지 않겠나”며 반문했다. 다시 폐점을 요청한 결과, 회사는 9월 16일에야 해지합의서를 가지고 왔다. 그렇지만 합의서는 재고조사와 폐점결산 등으로 55만 원을, 집기철거비로 155만 원을 청구하고 있었다.
“정당하다면 다 낼 수 있다. 그러나 재고조사도 안했는데 어떻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냐”며 우 씨는 부당함을 호소했다. 집기철거비 155만 원에 대한 내역서 또한 첨부되지 않았다. 내역서를 요구하자 담당자들은 “본사에서 책정해서 내려온 금액일 뿐 내역서는 줄 수 없다”고 응대했다.
우 씨는 지난 25일 최종 해지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내역서를 주기 전엔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버텼지만, 결국 생활 문제가 급하다 보니 새 매장 공사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하루라도 빨리 상황을 마무리해야 했던 탓이다.
끈질기게 요구했던 내역서는 CCTV 철거비 3만 원, 냉동집기 철거비 17만 원에 보수수리비 9만 8000원 등 몇 가지만 겨우 받았을 뿐이다.
우 씨는 “서류에 찍혀 나오는 금액을 점주는 아무 군소리 없이 내야 하고 내역서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CU 가맹계약서에 따르면 점주는 폐점 시 최종정산 후 7일 이내 일시불로 변제를 해야 한다. 변제를 지체할 경우 연 24%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우 씨의 사례처럼 회사가 폐점을 미루면서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회사로부터 어떤 배상도 기대할 수 없다.
그는 또 “해지합의서 중 명확하지 않은 조항에 대해 따졌더니 SC가 ‘폐점결정을 철회하겠다’는 말로 협박을 했다”며 기가 막힌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계약 5년 만기도 지났는데 ‘폐점 철회’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갑-을 관계가 바로 이런 것인지 절감했다”고 억울함을 토했다.
이에 대해 CU 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객센터를 통해 제대로 응대가 되지 않았다면 시정이 필요하며, 청구금액에 대한 내역서도 첨부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만을 표했다.
한편 CU는 지난 7월 말부터 점주들의 고충이나 불만을 접수해 처리하는 ‘자율분쟁해결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10건이 접수돼 4건이 해결됐고 6건은 합의점을 찾는 중에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갑-을 논란 등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최대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점주들의 반응은 쌀쌀하기만 하다. 실제로 지난달 자율분쟁해결센터에 불공정사례를 접수했던 CU 순화점 점주 권혁종 씨는 최근 “회사의 (계약 종료) 결정이 정당하다”는 의견을 통보받았다. 권 씨는 CU(퇴계로점) 매장을 운영하는 친형이 다른 편의점 브랜드로 전환하자 본사로부터 갑자기 계약 종료를 요구받은 케이스다. 이에 부당함을 느껴 센터에 해결을 요청했지만 회사의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
권 씨는 “10년간 매장을 문제없이 운영해 왔는데 갑자기 이처럼 계약을 끝내라고 종용하는 행위는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본사와 분쟁해결센터의 처사에 의혹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