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2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기의 책임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렸다. 최근 개성공단 재가동을 계기로 모처럼 남북 간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북한은 이 같은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보란 듯이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서기국 보도를 통해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 연기는 “괴뢰패당의 극악한 동족 대결 책동의 산물로서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 보수패당에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는 전날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기 통보에 대해 “반인륜적 행위로 합의를 깬 북한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력하게 대응한 것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조평통은 또 “(한국 정부는) 인도주의에 대해 말할 체면이 없다”며 “지금까지 북남 인도주의 사업은 남조선 당국이 아니라 모두 우리의 주동적 발기와 노력에 의해 성사돼 왔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적반하장이요 후안무치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북한은 전날 조평통 성명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기 이유로 세 가지를 지적했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박근혜 정부의 대북 원칙론 결과라고 주장한다는 것과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북한과 억지로 연결시켜 통일애국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탄압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은 남측이 금강산 관광이 북한의 돈줄이니 하며 북측을 중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제기한 세 가지 문제는 사실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기할 정도로 문제가 될 만한 게 아니었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얼마든지 있을 만한 일이고, 북한이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필이면 반세기 넘게 상봉하는 날을 애타게 기다려온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만행을 벌이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이산가족 상봉을 막는 비이성적인 행태를 중단해야만 한다. 북한은 생각을 고쳐먹고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꼭 성사시켜주기를 바란다. 고령자들이 살아생전에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고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