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태 브랜드 전문가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존경이든 사랑이든 타인이 자신에게 갖는 관심은 때론 큰 힘과 용기로 승화되어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관심 중 가장 강력한 긍정적 메시지는 친절이 아닌가 싶다. 말 한마디, 작은 몸짓 하나에 커다란 자신감과 가슴 충만한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상대를 즐겁게 하는 인간의 언어가 바로 친절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은 “너그럽고 상냥한 태도, 사랑을 지닌 마음이 사람의 외모를 아름답게 한다.” 라고 설파했다.

나는 친절이란 단어가 떠오르면 항상 건강검진센터를 연상하게 된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매년 건강상태를 돌봐주고 있다. 그래서 1년마다 나의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지, 시험을 치르는 학생처럼 두근두근 검진센터를 찾게 된다.

그런데 검진 항목 중 가장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바로 위 내시경이다. 실은 두려운 마음이 드는 항목이기도 하다. 위암의 경우 우리나라 남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보니 필수 검진 항목이어서 건너 뛸 수도 없다.

특히 수면이 아닌 일반 검진의 경우 그 검진 과정이 민망한 부분이 있어 꺼려진다. 위 내시경을 받기 위해 대기실에 있다 보면 어린아이처럼 두렵고 공포심이 든다. ‘인간이 동물이었구나!’하는 자각도 잠시, 대기석에 앉아 있을 때에 느끼는 긴장감은 당연 압권이다.

그렇다보니 검진을 하는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를 적극 의지하게 된다. 그들의 몸짓 하나가 엄청난 무게로 다가옴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위 내시경 검사는 식도, 위, 십이지장까지 내시경을 삽입해서 여러 종류의 소화기 질환을 진단하는 검사다. 따라서 목 통증이 뒤따른다. 내시경 줄이 목구멍에 넘어갈 때 심하게 구역질이 나게 되는 데, 이때 간호사의 말 한마디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된다.

못 보여줄 것 다 보여준다는 망측함과 동시에 그 짧은 순간 인간적인 수모를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간호사의 애정 어린 관심과 따뜻한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겪어 본 사람이라면 다 이해가 될 것이다.

“아주 잘 하시네요. ‘휴’하고 내쉬시고, 거의 다 됐어요. 잘 하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어깨를 다독이는 손길을 느낄 때면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과 하나 되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반대로 “이러시면 다시 해야 돼요. 힘 빼시고. 어어, 왜 이러세요. 안 됩니다.” 고통의 순간 엄포 어린 간호사의 이 같은 말은 통증의 가중과 함께 극도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진료가 끝난 후에 두 간호사를 대하는 마음이 다름은 당연지사다.

친절의 힘은 고통까지도 멎게 하고 진통을 이겨내는 에너지가 되어 인간적인 훈훈함을 갖게 된다. 일본 속담에 ‘친절한 말은 겨울철 3개월 동안을 따뜻하게 살도록 만든다’고 했는데 섬세한 친절의 의미를 일컫는 말로 무리가 없다.

나는 매년 실시하게 되는 건강검진을 통해 나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타인을 향한 친절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두렵고 꺼리는 건강검진이 몸의 건강은 물론 내 삶의, 내 직장관의 또 다른 좌표 역할을 하는 계기로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무섭고 겁먹은 존재인지를 경험하면서 겸손한 인격체로 거듭나야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공자님 말씀에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 만한 사람이 있다고 했듯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삶 속에는 나름대로의 교훈이 숨어 있다는 진리를 터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독일 문호 괴테는 ‘친절은 사회를 움직이는 황금의 쇠사슬’이라고 읊었다. 우리 주위에도 늘 웃는 얼굴로 남들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굳은 표정으로 불편함을 주는 사람도 있다.

웃음은 말 없는 친절의 표상이다. 점점 포악해지고 각박해지는 우리 사회도 기실 친절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며 사는 것이 친절이기 때문이다. 간혹 과도한 친절로 인해 오해를 받는 사람도 있지만 불친절로 인해 규탄을 받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해와 화합보다는 증오의 대상과 집단이 늘어가고 있는 시대, 생각할 수도 없는 위험천만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깊어가고 있다. 이럴 때면 상냥한 간호사의 그 친절의 의미를 사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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