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부근에 있는 경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스크린 영상을 보며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왼쪽). 경륜장 앞 주차장에 오토바이들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경마·경륜 등 ‘도박중독·가정붕괴’ 초래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부근 한 경륜장. 기자는 5년 전 경륜장을 자주 이용한 오토바이 퀵서비스 배달원인 서경일(46, 남) 씨와 함께 경륜장을 찾았다. 경륜장 옆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이 주차돼 있었고 수십 대의 오토바이도 나란히 줄 서 있었다.

시민문화센터로 이용되기도 하는 이곳 경륜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사람이 베팅을 하고 있었다. 40대 이상의 남성이 상당수였으며, 이들은 한 손에 ‘경륜 가이드’를 들고 스크린 속 경기를 분석하고 있었다.

“이런, 이번에도 실패했어.” 화가 난 듯 보이는 한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경주권 구매표’를 구겨 바닥에 세게 집어 던졌다.

이 같은 광경을 지켜보던 서 씨는 대부분 지인을 통해 경륜장을 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 씨는 “처음에는 돈을 쉽게 벌기 위해 베팅을 시작하지만 많은 사람이 원금을 도중에 잃게 된다”며 “결국 (돈을 잃은 사람은) 늦은 시간까지 남아 원금 회복을 위해 베팅을 계속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퀵서비스 배달원의 경우 하루에 번 돈을 경륜으로 모두 잃으면 ‘오토바이를 수리하는 데 돈을 다 썼다’고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경륜 등 사행산업이 건전한 여가문화이며 국민의 체육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국민의 피를 빨아먹고 가정을 파탄 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경륜경정사업에 대한 내용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조성하고 조세, 기금 확보, 지역사회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사행산업을 실시하고 있다. ‘카지노’ ‘복권’ ‘경정’ ‘경마’ ‘경륜’ 등이 합법적인 사행산업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같은 사행산업이 ‘도박 중독’을 조장하고 가정 붕괴까지 초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행산업은 적은 돈으로 베팅해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사행성을 본질적인 요소로 하고 있어 다른 놀이에 비해 중독성이 강하다. 사행산업의 부작용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박중독’이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사행산업 합법과 불법 경계선이 무너졌다’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중독유병률은 CPGI(도박중독 자가 진단표) 기준으로 7.2%(2012년 기준)나 돼 선진국에 비해 3.4배 높았다.

또한 이 같은 사행산업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사행산업 총매출 규모는 2000년 6조 2761억 원에서 2010년 17조 3270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연간 이용자 수는 3954만 명이나 됐다.

이와 관련, 지난 20년간 ‘경륜의 도사’로 불리었다는 최영훈(가명, 남) 씨는 현재 중풍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지만 경륜 중독으로 또다시 경륜장에 오게 됐다. 그는 “병실에 혼자 있다가 경륜이 하고 싶어 택시를 타고 왔다”며 “베팅으로 돈을 따는 짜릿한 기분은 절대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행산업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는 “정부의 사행산업 범위가 너무 커지고 있다”며 “가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사행성 게임을 접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해 VIP권을 주기도 하고, 베팅금액을 제한 금액 이상으로 허용해 주기도 한다”며 “정부는 사업장이 규제를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고 상습적으로 규칙을 어긴 사업장은 운영·정지 및 폐쇄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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