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간 미국과 중국 방문을 끝낸 박근혜 대통령이 본격적인 내치에 돌입했다. 그간의 외교 행보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받는 박 대통령이지만, 그가 마주한 국내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정치 문제에서 경제 문제 등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하다. 그중에서도 박 대통령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민의 갈라진 틈을 메우는 일이다.
민심은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과 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갈기갈기 찢긴 상태다. 대학가에선 국정원 댓글 사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졌다. 대학생에서 교수, 방송인, 종교인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등 확산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전국 주요 도시에선 진보 단체의 촛불 집회가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보수진영에선 지난달 공개된 대화록 내용을 NLL 포기 발언으로 규정하고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양 진영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집회를 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민통합을 선도해야 할 정치권도 정쟁에 여념이 없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내용을 들어 민주당에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민주당 또한 대화록 사전 유출과 선거 이용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대화록 원본 열람 결과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정쟁으로 여야가 민생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민생국회로 기대를 받았던 6월 임시국회도 정치 공방 속에 흘러가버렸다. ‘전두환 추징법’ 처리 등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논란이 되는 핵심 쟁점 법안은 해결하지 못한 채 다음 회기의 과제로 남겼다.
이런 국론 분열과 국민 갈등을 치유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국정운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이런 갈등을 없애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 박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국민대통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당선 이후에도 국민대통합은 그의 주요 국정 철학으로 소개됐다. 이제 진정으로 국민통합에 나서야 할 때다. 정치적 양보와 소통, 대화의 노력만이 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