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선생님 이용직 씨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것, 인성과 배려
연습·순수함이 연기를 잘 하는 비법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잘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 보석으로 탈바꿈하려면 장인의 세심한 손길과 정성어린 노력이 필요하다. 배우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배우의 노력은 물론, 소속사,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연기 선생님 등의 손길이 없다면 한껏 빛을 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배우들의 연기를 지도해주면서 그들의 진가를 발견해주고 그것을 극대화시켜주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연기 선생님 이용직 씨를 만났다. 현재 배우로도 활동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그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그는 연기가 ‘공기’와도 같다고 말한 만큼 살아가는 이유이자 삶 자체였다. 하지만 그에게 연기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는 90년대가 자신에게는 암흑기였다고 표현했다. 아버지의 죽음, 무명생활을 하면서 겪은 생활고 등 연기에 대한 열정과 현실의 괴리가 컸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연기’라는 울타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다가 선택한 일이 바로 연기 선생님이다. 한 학원의 연기 강사로 들어가 활동해오던 그는 6년 전 독립했다. 하지만 현장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없어 단역 생활도 겸하게 됐다.
이용직 씨는 2011년 영화 ‘연가시’에서 ‘경찰’ 역으로 출연하면서 영화 속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의 연기를 지도하기도 했다. 이어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에서 ‘이가노’라는 악역을 하게 됐고 그때쯤 소속사도 갖게 됐다.
그가 현재 연기를 가르치고 있는 배우·가수로는 ‘장옥정’ 배진섭, 카라 한승연·구하라, ‘못난이 주의보’ 설현 등이 있다. 과거 남상미, 이지아, 오연서, 백성현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이용직 씨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고 연기자라는 꿈을 꾸게 됐다. 그의 어머니는 여성들이 남성·여성 연기를 모두 하는 ‘여성국극’ 출신 배우 김길자 씨이고 그의 아버지는 악극단 배우였다.
연기자라는 꿈을 갖게 된 동기가 연기자이신 부모님의 영향은 아닐까. 그는 “부모님이 배우라는 점은 그 세계에 좀 더 빨리 들어갈 수 있게는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을 뛰면서 연기 선생님을 하는 부분에서는 장·단점이 있다. 현장의 사정을 알기에 배우들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배우로 뛰면서 가르치는 부분에 소홀할까봐 제약을 둬서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배우와 연기 선생님, 어느 것 하나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때는 생활고 때문에 배우라는 욕심을 내려놓기도 했지만 지금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 조연 배우와 연기 선생님으로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주연 배우가 아닌 조연 배우로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배우는 주제 파악을 확실히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할 수 있는 것, 내 몸 상태 등 내 스스로를 파악해서 최선을 다했을 때 거기서 받는 환호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이용직 씨는 연기 선생님을 한 지 벌써 10년째다. 그는 연기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인성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처음 연기를 하러 온 학생들에게 묻는 말이 “착하나요?”다. “인성이 잘못된 사람이 과연 자신의 연기를 보고 스스로 떳떳할 수 있냐는 거죠. (연기는) 배우끼리, 배우와 시청자 간 정신의 커뮤니케이션이니 진심을 다해야 한다고 봐요.”
그는 또한 배우는 굉장한 파급력을 가졌기에 책임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자살하려는 마음을 돌이킬 수도 있고, 이별하려고 한 커플이 다시 맺어질 수도 있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요.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처음 연기 공연을 한 사람이 대부분 그리스 시대 제사장들이었어요. 포교 활동을 하기 위해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 축제 때마다 공연을 보여줬죠.”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성숙하고 하늘의 신탁을 받은 이가 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용직 씨는 연기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찾아와서 면담을 하고나면 절반은 돌려보낸다.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연기 생활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많이 얘기한다. 그만큼 배우로서의 각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쪽 일은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언제 데뷔할지, 1~2분 정도의 분량을 찍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릴 수도 있고, 수입도 일정하지 않아요. 아무것도 보장이 안 돼 있는 것이 이 직업이에요. 실력이 좋아도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아무런 장담을 못해요.”
그에게 좋은 연기 비결을 물었다. 그는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돌아가면 연기 지도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아역들이 연기를 배워서 잘 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모든 것을 한순간에 믿기에 잘 하는 거죠. 엄마가 문 뒤쪽으로 숨으면서 엄마 없다고 말하면 아이는 그것을 순수하게 믿고 울잖아요. 그리고 연기는 내공이고 많이 해볼수록 잘 할 수 있어요.”
이용직 씨는 “학생들에게 부지런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해요. 이에 저도 같이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지요”라고 전했다.
‘하루살이처럼 목숨 걸고 살자’라는 그의 좌우명처럼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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