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문학관

▲ 조병화문학관엔 어머니를 상징하는 동상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3월이 시작되었다. 새해가 시작된 지는 이미 두 달이 지났지만 봄을 맞아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각급 학교에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재학생들이 한 학년씩 진급하는 요즘이 진정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디 그 시작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인가? 아니다. 겨우내 쉼 없이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기에, 그리고 인고의 세월을 견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듯 부지런함이 바탕이 되어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에 생각이 미치니 한 시인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평생 따르며 부지런한 삶을 산 편운(片雲) 조병화(趙炳華)다.

1년 24절기 중 첫 시작이 바로 입춘(立春)이다. 말 그대로 봄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입춘이 되어도 여전히 춥다. 특히 올해는 전국이 폭설과 추위 속에서 몸살을 겪으면서 입춘을 맞았다.

이렇듯 추위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맞는 입춘이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머지않아 올 봄에 대해 알려주며 희망을 갖게 해준다. 얼어붙은 땅에는 아무 변화도 없어 보이지만 그 밑에서는 새싹들이 돋아날 준비가 한창이다. 양지 바른 곳에 앉으니 두런두런 그것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 입춘을 하루 앞둔 날, 찬바람 속에서도 문득문득 느껴지는 봄바람에 이끌려 경기도 안성의 조병화문학관을 찾았다. 다가올 봄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시인이 기거하며 집필했던 청와헌(聽蛙軒, 논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는 뜻으로 조병화 시인이 붙인 이름)에 들어서자 맨 처음 눈에 띈 글씨가 입춘대길(立春大吉)인 것을 보면서 기자의 방문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병화 시인은 가히 ‘봄의 시인’이라고 할만하다. ‘해마다 봄이 되면’이라는 그의 대표시가 있기도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봄’과 아무리 떼려 하여도 뗄 수 없는 ‘꿈과 사랑’을 노래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조병화 시인에게 어머니는 아주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육신의 생명을 주는 존재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주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자식은 어머니에게서 귀한 가르침을 배우고 이를 평생 마음에 새기며 살게 된다.

조병화 시인의 어머니 진종(陳鍾)여사는 아들에게 꿈을 갖고 부지런하게 살 것을 가르쳤고 아들은 평생 그 가르침을 실천하였다. 교사로 시작하여 교수로서 후학을 가르치면서 글 쓰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그가 창작시집 53권, 선시집((選詩集) 28권, 시론집 5권, 수필집 37권, 번역서 2권, 시 이론서 3권, 화집 5권 등을 비롯하여 총 160여 권의 저서를 출간한 것만 보아도 80평생을 얼마나 부지런하게 살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 어려운 삶을 온몸으로 헤쳐 온 우리네 어머니기에 저마다 삶의 철학이 있고, 그것은 때로는 원칙이 되고 때로는 교훈이 되어 자식에게로 이어진다. 기자가 어머니에게 들은 말은 바로 ‘해놓고 장담하라’였다. 장담(壯談)은 ‘확신을 가지고 아주 자신 있게 하는 말’이다. 막연한 것을 놓고 확신 있게 말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어떤 일을 이미 해놓은 상황이라면 확률 100%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력한 힘을 가진 존재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장담이 얼마나 될 것인가? 평생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꼿꼿하게 살아오신 분이시기에 당신의 자식 역시 그러하라고 주신 말씀이다.

조병화 시인에게 어머니는 시작점이자 도착점이었다. 그는 자신은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심부름을 하는 존재이기에 그것이 끝나면 주인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또 시인은 ‘나는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에 영혼의 영생(永生)을 믿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시인이 말하는 어머니는 단순히 육친으로서의 어머니가 아니라 신(神)이다. 우리네 삶이란 그분이 내게 준 것을 쓰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 할 일이고, 그분이 계시기에 영혼의 영생도 있는 것이다.

[김응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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