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놓고 기념식 파행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앞서 행방불명자 묘역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5.18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은 지난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마련된 기념식장.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리자 박근혜 대통령이 기립했다. 노래는 따라 부르지 않았다. 야당 대표는 아쉬움을 드러냈고, 일부 시민단체는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제외를 비판하며 기념식에 불참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주창한 ‘국민통합’도 다소 빛을 바래게 됐다.

지난 주말 5.18 기념일은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흘러갔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기 전 주무부처인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기로 했다. 참석자가 함께 부르는 제창 대신 합창단 공연 행태로 진행했다. 이에 반발한 5월 단체와 일부 시민단체가 기념식에 불참했다. 또 일부는 기념식장 밖에서 제창대회를 별도로 열기도 했다. 반쪽짜리 기념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앞으로 정부는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던진 국민통합의 메시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에 묻힌 형국이 됐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5년 만의 참석이란 의미도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이 기념식에 와주신 것은 고맙고 잘한 일이지만 온전한 기념식이 되지 못해 유감”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5.18 제창곡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은 보훈처를 비토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5.18 유족들을 위한 예우를 다하려고 했으나, 다 맞춰주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당연하다”면서 공식 기념곡 지정에 대한 관철 의지를 드러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보훈처의 제창 거부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진보정의당 조준호 공동대표는 기념식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항의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숨진 고 윤상원 씨와 노동운동가인 고 박기순 양을 기리는 노래다. 백기완 씨가 지은 ‘묏비나리’라는 시를 소설가 황석영 씨가 개사한 가사에 김종률 씨가 곡을 붙여 노래를 완성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진영에선 황 씨의 대북활동 이력과 이른바 종북 세력이 기념행사에서 애국가 대신 이 노래를 자주 부른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보훈처는 앞으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기념곡 지정 문제를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인 정성호 교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의 공식 음악으로 선정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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