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협박에도 서비스정신 발휘, 승무원 안전대책 시급
#지난해 11월 시카고발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한 회사원 A씨는 디저트로 제공된 멜론 맛을 보곤 격양된 어조로 승무원을 불러 세웠다. 그는 “멜론을 혀로 핥았는데 상했고 세균이 있다. 내가 직접 식약처에 분석을 의뢰할 테니 보관용 얼음을 달라”고 요구했다. 또 함께 제공된 커피 컵에 환경 호르몬이 흐른다며 ‘와인잔’에 커피를 따라오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비행 중에 멜론을 돌려 달라며 고성과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A씨의 난동이 심해지자 보다 못한 승객과 승무원이 제지를 가했고 그제야 A씨는 좌석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7월 제주발 김포공항행 항공기 탑승수속 중이던 주부 B씨는 공항에서 “내가 제주에 왔을 때 드라이버가 부러져 있었다. 골프장에 갔더니 부러져 있더라고. 이거 어떻게 할 거냐. 얼른 다 보상해 내라”며 항공사 측에 골프채값 270만 원을 요구했다. 항공사 직원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안내했고 B씨는 갑자기 “야! XX야! 내가 누군지 알아? OOO 사장이랑 아는 사람이야. 이게 얼마 짜린지 아냐고”라며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항공사 측이 골프를 치던 중드라이버가 파손된 사실을 확인해 내자 B씨는 “장난하나. 내가 그럼 억지를 부린다는 거야? 됐어. 더러운 XX들아. 안 받고 만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난해 10월 방콕발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한 학생 C씨는 자신이 비행기공포증이 있다며 승무원에게 하소연했고 그러던 중 승무원과 살짝 다리가 부딪혔다. 아픔을 호소하는 C씨를 여승무원이 돌봐주자 갑자기 “나 무서우니까 안아줘”라고 성희롱했다. C씨는 또 여승무원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며 “나 병신 취급하는 거야? 병신 취급하는 거 아니면 네 전화번호 가르쳐줘. 오늘 저녁에 나 만날래?”라고 추근댔다.
최근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미국 LA로 향하는 항공기에서 기내식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 임원은 지난 15일 기내에서 여승무원에게 기내식으로 나온 밥이 덜 익었다며 라면을 끓여 오라고 요구했고 여승무원이 라면을 끓여 오자 자신의 입맛에 안 맞는다며 들고 있던 잡지로 승무원의 눈언저리를 내리쳤다.
난동의 정도가 심해지자 기장은 LA 공항 관계자와 수사당국에 신고했고 FBI가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을, 거짓된 사실을 유포하거나 폭행, 협박 및 위계로써 공항운영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강해진 처벌에 위협을 가하는 불법 점거나 농성 등은 줄었지만 승무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난동사례는 마땅한 정책 방안이 미비해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서비스업종인 승무원들은 법률에 따라 난동승객을 처벌하기 앞서 먼저는 몇 차례 권유와 경고로 대처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좋게 말로’ 하는 승무원에게 물리적 제재가 들어오기 전까지 욕설을 퍼붓거나 폭행하는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서비스를 놓고 까다롭게 구는 승객에 대해서도 ‘고객이기에’라는 생각으로 편의를 제공하는 데 노력한다.
장선옥 대한항공 홍보과장은 “승무원들은 승객의 편의 제공을 위한 교육을 별도로 받아왔으며 맞춤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비지니스석 승객은 일반인 보다 더 요금을 내는 만큼 서비스 등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다. 이에 항공사와 승무원 모두 그 기대치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포스코에너지는 22일 공식홈페이지에 “한 임원이 비상식적인 행위로 많은 분을 실망시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임원을 보직해임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은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 소송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