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일본의 여야 국회의원 168명이 야스쿠니 집단 참배를 강행함에 따라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야스쿠니 집단 참배 의원이 100명을 넘은 것은 8년 만이다.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오쓰지 히데히사 자민당 의원)’은 23일 오전 여야 국회의원 168명이 야스쿠니 춘계 예대제(例大祭; 제사)에 맞춰 야스쿠니를 참배했다고 밝혔다.
이 모임은 매년 춘계, 추계 예대제와 패전일인 8월 15일에 야스쿠니를 집단 참배해 왔다.
참배 인원이 100명을 넘어선 것은 2005년 10월 추계 예대제 이후 처음이다. 교도통신은 최근 참배 인원이 30~80명 정도였으나 지난해 말 총선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당선자가 늘어나면서 참배 인원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록 확인이 가능한 1989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오쓰지 회장은 참배 후 기자들에게 “국회의원이 나라를 위해 순직한 영령에 참배하는 것은 어느 나라도 하는 일”이라면서 “(한국‧중국이) 반발하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가 이번 춘계 예대제에 공물을 봉납하고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각료 3명이 참배한 데 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 계획을 취소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 때부터 잇단 과거사 망언으로 마찰을 일으켰다. 아베 신조 내각은 집권 후 엔저 공세와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주변국에 외교 도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베 내각의 행태에 대해 “내부 위기 극복을 위해 주변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일본 국회의원 168명의 야스쿠니 집단 참배에 재차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곳이고, 전쟁을 미화하는 곳”이라며 “이런 신사를 참배하는 것이 어떤 인상을 주는 것인지, 관련 국가의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인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일본 고위 지도층 인사들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주변국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왜 검토되던 방일이 중단되는지를 잘 성찰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 인식은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일 간 외교 갈등이 군사공조 분위기에 묻힐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북한의 핵위협이나 각종 도발 위협을 해결하는 데는 이 지역의 국가와 국제사회가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야스쿠니 참배 등 역사 문제에 있어 우리 정부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결코 섞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스쿠니 집단 참배 등 외교적 도발로 인해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전격 취소된 데 이어 매년 5월 개최돼 온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도 어렵게 됐다. 우리 정부가 아베 내각에 사전경고했음에도 이번에 참배를 강행함으로 한일 정상회담도 언제 열릴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오는 2015년쯤 이른바 ‘아베 담화’를 내놓겠다고 해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아베 내각으로서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건 아니다”면서 2차대전 종전 70년이 되는 2015년 새로운 담화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