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국내 소매 판매 1위’ 광고 문구 뺀다”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최근 ‘국내 에어컨 1위’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들은 올해도 국내 에어컨 시장에서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분기 삼성 에어컨 광고에서 ‘국내 소매 판매 1위’라는 문구를 없애고 새로운 광고가 나갈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인 GfK 측이 삼성전자에 자사의 데이터를 활용한 TV 광고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광고 문구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삼성전자는 올 초 GfK의 시장점유율 자료를 근거로 에어컨 ‘가정용 점유율 1위’라고 주장하며 이 문구를 포함한 에어컨 TV 광고를 진행해왔다.
이를 두고 LG전자는 소매점 기준을 가정용으로 잘못 해석했고 GfK의 자료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방심위는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소매점을 대상으로 한 에어컨 판매 조사 결과를 가정용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이나, 이미 광고가 수정됐고 위반 정도가 경미하기 때문에 별도의 제재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방심위의 심의결과를 두고도 두 회사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GfK의 시장점유율 자료를 해석함에 있어 ‘Retail Stores’를 ‘소매점’이 아닌 ‘가정용’으로 오역한 해프닝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LG전자는 광고에 문제가 있었음이 인정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진행된 2013년형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 “정확한 수치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사가 에어컨 1위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자사가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후 삼성전자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도 “삼성 에어컨이 1위를 했다는 것은 GfK가 실제 매장에서 자체 기준에 맞게 조사한 결과이며 이를 다른 회사가 맞다 틀리다 할 순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에어컨 1위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은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GfK 자료를 인용하는 반면 LG전자는 정확성 등을 문제 삼으며 해당 시장조사기관에 판매량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삼고 있는 것. 서로 근거 기준이 다르다 보니 국내 에어컨 1위 업체가 두 곳이 된 셈이다.
한편 삼성과 LG는 ‘냉장고 용량’을 두고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튜브에 냉장고 용량과 관련한 동영상 광고를 게재했고 LG전자는 이에 대해 ‘허위 광고’라며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LG전자는 자사의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1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삼성전자도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5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