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정부의 물가지표가 안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실제 식탁물가는 급등하고 있어 체감물가와의 괴리가 큰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14일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됐고 이미 지역별로 택시비도 오르고 있어 녹록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집계됐다.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과 집세가 4%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무상보육, 통신요금비 인하 등으로 전체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전년도 4.0%의 높은 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하지만 신선식품은 전년대비 5.8% 올랐다. 특히 12월 소비자물가만 보면 신선채소는 전년 동월대비 23.2%나 급등했다. 한파의 영향으로 배추값을 비롯한 각종 채소값이 2배 이상 뛴 탓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물가상승률 둔화 움직임에도 식품, 전세비용 등 서민관련 품목의 체감도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부담은 한파에 오른 채소값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일찍부터 시작된 올겨울 한파 탓에 채소값은 2달여 동안 떨어지지 않고 고공행진이다.
당근(20㎏)은 도매가가 평년 2만 원 선이지만 18일 기준 9만 1400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5만 7000원대에서 다시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시금치(4㎏) 도매가는 평년 1만 원 수준이지만 올해는 1만 5000원으로 50%가량 비싸다. 배추값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날 1㎏ 도매가는 1200원이다. 청피망(10㎏)은 1달 전 4만 8600원에서 2배 가격인 8만 6200원으로 뛰었다.
쌀도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20㎏ 4만 3000원이 평년가격이지만 올해는 3000원가량 올랐다.
이렇다 보니 전체 생활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엥겔지수는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경기불황에 소득은 그대로인데 식품비가 크게 오르면서 나타난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김광석 연구원은 “이는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는 만큼 신선식품의 가격 급등을 막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생산자물가지수도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신선식품 부문은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3%, 전년 동월대비 -1.2%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선행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생산자물가 중 식료품과 신선식품은 각각 전월보다 1.3%, 6.8% 상승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물가동향과 이춘원 주무관은 “신선식품지수(과일·야채 등 51개 품목)를 보조지표로 함께 발표하고, 식료품과 음식서비스 등을 포함한 142개 품목의 생활물가지수도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내리는 품목도 있지만 일부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에 체감물가와는 괴리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18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서민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미 연초부터 택시요금이 대구와 부산에서 16~20% 오른 상태다. 이날 박 장관은 “공공요금의 경우 파급효과가 크다”며 여타 가공식품이나 개인서비스요금도 편승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설 성수품·겨울철 채소류 수급안정 방안으로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농축수산물 공급을 50% 늘리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