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기업체감경기, 외환위기 수준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내년 1분기 기업체감경기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얼어붙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기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분위기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3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 전망치가 전분기보다 5p 하락한 69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기업경기전망이 ‘70’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흔치 않다”며 “이는 1998년 외환위기(61~66),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5~66)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기업경기전망은 100 미만이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고 100을 넘어서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69로 대기업(73)보다 더 나빴고, 부문별로는 내수기업이 67로 수출기업(80)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 회복시기에 대해서는 ‘2014년 이후(51.8%)’라는 응답이 ‘내년 중 회복 될 것(48.2%)’이라는 답변보다 높았다.

새 정부에 바라는 경제정책으로는 가장 많은 기업들이 ‘경기 활성화(62%)’를 꼽았다. 이어 ‘중소기업의 자금·인력난 해소(29.4%)’ ‘해외 충격요인의 국내 파급 최소화(14.8%)’ ‘정책일관성 유지(7.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적자 문제로 세계경기의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강세와 가계부채 심화까지 겹치면서 경기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의 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국내 중소 제조기업 1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절반이 넘는 53%가 내년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기업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분위기다.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과 사내보유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1591곳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64조 263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조 2917억 원)보다 8.4% 늘었다. 특히 현금성자산은 지난 3분기 유가증권시장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통화대용증권, 당좌예금, 보통예금처럼 비교적 빠르고 쉽게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이렇듯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늘어난 것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보수 경영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기업의 투자가 원활하지 못하면 고용 창출 및 소비 증가에 따른 국내 경기 회복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