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 악화가 원인…올해 성장률 2.4% 달성 어려워
내년 성장률 기대치도 하향조정 불가피할 듯
(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성장엔진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융위기 당시 수준이다.
한은은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내수악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나마 우려했던 마이너스(-)성장 가능성이 4분기에 없다는 점이 다행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고 내년 기대치도 3% 밑으로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성장률 시나브로 금융위기 수준까지 전락
그동안 우리나라 성장이 침체했던 때는 큰 외부 충격이 있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가 그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근의 성장률 둔화 양상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 동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대비 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3%에서 1분기 0.9%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2분기 0.3%, 3분기 0.1%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한은은 성장률 침체에 대해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수출은 0.6%포인트인데 반해 내수는 -0.5%포인트였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설투자는 1분기 7조8천억원에서 2분기 6조2천억원, 3분기 4조5천억원으로 하락세다. 3분기 투자액은 10분기만에 최소수준이다. 반면에 현금보유량은 9월 말 현재 18조8천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보다 4조원 가량 늘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자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선거를 앞둔 터라 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하다는 설명도 있다. 한은은 "과거 통계를 보면 대선 등 정치 일정을 앞두고선 설비투자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이러한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성장 예측도…전문가 "4분기엔 나아질 것"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와 투자지표는 감소세를 보였다. 서비스업(전년 동월 대비 -1.0%), 건설업(-1.5%)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4분기 성장이 3분기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한은은 "10월 실물지표는 좋지 않지만 11~12월 수출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갈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크게 좋아질 것 같진 않다"고 말해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4분기 성장률은 3분기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봤다.
한국금융연구원 임 진 연구위원은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중국경제 등 대외여건도 개선되는 추세"라며 "4분기가 3분기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LG 경제연구원 신민영 부문장은 "3분기가 경기 저점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며 "하지만 4분기 반등하는 힘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다만, 한은이 예상한 연 2.4% 성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작년 12월 올해 성장전망을 3.7%로 잡았다. 그러다 올 4월 3.5%, 7월 3.0%, 10월 2.4%로 연거푸 낮췄다.
현재로선 연 2.4% 전망을 달성하려면 4분기에 전기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2.6~2.7%를 성장해야 한다.
임 위원은 "이는 나올 수 없는 숫자"라며 "결국 올해뿐 아니라 내년 전망치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3.2%로 보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2%대로 잡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