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할머니들의 눈물 투쟁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
2008년 시민모임 창설해 근로정신대 피해자 도와
전범기업 알려 불매운동 벌이는 등 투쟁 계속할 것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일제 강점기 12~15살 어린 소녀들을 돈벌게 해주겠다며 데려가 굶주림 속에 하루 10시간씩 강제노역을 키시고는 아직도 임금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사무국장(44). 그는 수년째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에 강제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배상문제를 위해 힘써오고 있다.

2003년 8월 ‘오마이 뉴스’ 기자였던 이국장은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사연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결국 ‘누군가는 이 할머니들을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2008년 기자를 그만두고 지금의 시민모임을 만들었다.

그가 기자를 그만두고 그 처음 한 일은 ‘빼앗긴 청춘 돌아오지 않는 원혼’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것이다. 이 국장은 책 속에 광주·전남지역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담아냈다. ‘14살 나고야로 끌려간 소녀들’이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제가 할머니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에 후배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죠. 다큐멘터리를 보신분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어요.”

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이는 현재의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창설의 계기가 됐다.

이 국장은 근로정신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결정적 계기는 ‘99엔 사건’이라고 말했다.

“99엔은 일제 강점기 미쓰비시로 끌려간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일본 후생노동성이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한 액수에요. 99엔 사건으로 근로정신대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했죠.”

그는 위안부 문제와 비교해 근로정신대 문제가 주목을 못 받아왔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대두됐을 때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구분은 하되 문제를 같이 안고 갔더라면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힘 있는 운동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국장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위안부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10시간가량 굶주린 강제노역 생활을 하다 해방된 뒤 고향으로 돌아온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정작 고향에서는 위안부로 오해받아 고충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그로 인해 결혼도 하지 못하고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가정불화로 결국 대다수가 파혼에 이르는 불행을 겪었다고 말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일제 피해자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금전적인 배상보다 그들의 사죄를 가장 바라고 있어요. 일제 피해자들의 배상문제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 달린 문제이기도 한데 결국 이것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정부 또한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 국장의 설명이다.

“지난 5월 24일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이 배상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우리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이 끝났다는 태도를 보이더라고요. 결국 2년에 걸쳐 진행하던 미쓰비시와의 근로정신대 배상 협상은 최종적으로 결렬됐어요.”

그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금전적인 것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길은 그 아픔을 겪지 않던 꿈 많은 소녀 시절로 다시 돌려놓는 것이에요. 이것이 돈으로 가능하겠습니까. 무엇보다 할머니들은 일제 강점기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을 바라고 있어요.”

이 국장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가장 큰 적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80세를 넘겼으며 생존자들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미쓰비시 중공업과의 협상은 결렬됐지만 앞으로도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특히 전범기업 가운데 미쓰비시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최소한의 도덕적인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전범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사죄하지 않고 한국에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나갈 겁니다.”

그는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내 전범기업에 대해 더 알리고 국민적인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앞으로도 할머니들과 함께 눈물의 투쟁을 계속 펼쳐나갈 생각이다.

“전범기업을 상대하기에는 우리 시민모임이 왜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국민의 도움도 요청하면서 사력을 다해 싸워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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