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서명원 신부 (사진제공: 본인)


 ‘불교와 열애 중인 캐나다 출신 신부 베르나르 스네칼’

[글마루=김명화 기자] ‘부처님을 만나신 예수 그리스도님’.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책의 저자는 베르나르 스네칼 신부다. 한국에서는 그를 서명원 신부라고 부른다. 서 신부는 현재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3년 동안 불교의 진리를 탐구한 신실한 불자이기도 하다. 불교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더욱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서 신부. 첫눈에 반한 한국 땅에서 생로병사의 해답을 찾고자 오늘도 수행에 매진하고 있는 서 신부를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의과대학을 다니다 1979년 예수회에 입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의사의 길을 접고 수도생활을 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생로병사에 관해 엄청나게 궁금했습니다. 사람이 왜 고통을 겪고 또 병들어 죽어야 하는지의 문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에게 수수께끼였어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입학한 의과대학에서 오히려 의학의 한계를 많이 느꼈지요. 모르는 병도 많고 오진을 내려 환자를 잡는 경우도 봤어요. 생로병사의 문제를 풀기 위해 진학한 의과대학에서 그 해답을 찾지 못하자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내적인 체험, 즉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부르심’을 경험하고 1979년 의학공부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사제가 되기 위해 예수회에 입회했지요.

―프랑스 예수회의 수련과정은 어떠셨습니까?

굉장히 까다롭고 죽도록 어려워요. 2년 동안은 수도회에서 수도생활을 체험합니다. 독신생활을 택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합니다. 수도의 기초인 기도생활을 집중적으로 배워 통달해야 하고 명상도 배워야 합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수련 받고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테스트해요. 앞으로 수도원에서 함께 살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죠. 일부러 괴롭혀서 싸우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예수회 수련과정은 상당히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견뎌내지 못하고 많이 나가기도 해요. 저희 때도 10명이 들어갔는데 4명만 남았어요. 그렇게 2년 동안의 수련과정을 마친 저는 이후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1985년에 한국에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행을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랑에 빠지는 일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한국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표현하면 적당할 것 같아요. 당시 제가 있었던 프랑스 예수회 최고 책임담당자인 관구장이 저에게 한국행을 제안했어요. 사실 저보다 관구장이 한국에 더 오고 싶어 했었지요. 그는 동아시아를 방문하던 중 한국을 알게 됐는데 그때 한국에 완전히 빠져버렸거든요. 한국은 보통 나라가 아니라며 위치나 현황, 정치· 경제·종교적으로 봤을 때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었죠. 제안을 받은 후 지도를 펴놓고 한국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 끼여 있는 반도. 둘로 갈라져 있고 미국 주둔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이성에 대한 애정과 같이 한국에 애착이 갔어요. 인연인지 신비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한국에 와서 어떤 연구를 하셨습니까?

1985년에 한국에 와서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3년 동안 언어만 배웠습니다. 그 후 2년 동안 한국의 종교에 관해 배우기 시작했죠. 한국에 와서야 제가 가진 종교 말고도 또 다른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도전을 받았습니다. 여태껏 제가 믿는 종교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들어보지 못한 다른 종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쏟기 시작했죠.

내가 최고라는 주장을 버리고 남에 대해서 배우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서강대 대학원에서 종교학과 수업을 들으며 사찰을 방문해 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노자의 도덕경을 비롯해 불교 서적도 많이 읽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시 5년간은 정말 죽도록 고생했어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 너무 힘들었고 한국 사람들의 고유한 사고방식, 감수성과 싸우느라 힘들었습니다. 상처를 받기도 했고, 상처를 주기도 했고 이제 떠나겠다고 마음먹기도 했고 떠나려고 하다가 돌아오고…. 한국에 대한 사랑과 관심, 한국과 끝까지 사귀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못했을 거예요.

―가톨릭 신부로서 불교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교계의 반대가 있지는 않았습니까?

한국에서 5년을 지낸 후, 가톨릭 사제가 되기 위해 파리로 가서 5년 동안 공부했습니다. 한국에서 5년 동안 살다가 파리로 갔더니 서구적인 공부가 너무 시시하고 답답했습니다. 사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커서 불교와 함께 신학을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교계에서는 이런 저의 이야기를 듣고 상당한 반발을 했지만 가장 높은 분이 그걸 허락해 주셔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석사논문은 ‘부처님을 만나신 예수그리스도님’, 박사논문은 ‘성철스님의 전서 및 생애’에 관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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