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not caption

현재 북한에는 3원수가 있다. 물론 6월 29일 전까지…. 김정은 최고사령관과 이병철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그들이었다. 물론 현철해 원수도 있지만 그는 현역이 아니므로 원수 축에도 못 낀다. 김정은은 공화국원수, 이병철과 박정천은 인민군 원수라는 차이점이 있다. 한때 중국에 10원수가 있었다. 주 덕과 하 룡, 임 표, 서향전, 팽덕회 등이었다. 지난 6월 29일 북한의 3원수 중 2명이 한꺼번에 날아 갔다. 30대의 김정은이 육칠십대의 이병철과 박정천 원수를 모든 직위에서 해임해 버렸다. 그것도 거의 천여 명이 모인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장소에서 숙청해 북한 고위 간부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심지어 최상건 노동당 과학교육부장의 경우 회의 도중 체포되는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왜 그랬을까. 이틀 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그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즉 “혁명가의 수양과 단련에는 시작은 있어도 끝이란 있을 수 없다. 혁명 연한이 어떻든 직위와 공로가 어떠하든 모든 일군들은 언제나 허심한 태도와 자세에서 늘 당 정책으로 무장하고 당 조직의 통제를 받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7월 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일군과 혁명적 수양’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이다. 나이와 경력, 직위, 공로가 어떠하든 모든 간부들이 당 조직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단행한 대규모 문책성 인사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조직문제로 다룬 인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최소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최상건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 등 3인은 문책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보도영상을 보면 조직문제, 즉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의 소환 및 보선, 당 중앙위 비서의 소환 및 선거, 국가기관 간부들의 조동 및 임명’ 문제를 처리하는 장면에서 리병철과 박정천은 거수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건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은 아예 자리를 비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 3인은 표결 권한의 박탈, 즉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비서 등의 현직에서 숙청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문책 사유가 무엇인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토론에 참가한 조용원 조직비서와 김여정 부부장, 현송월 부부장 등 토론자들이 “당 중앙의 정치적 신임과 기대를 받아 안고 당과 국가의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책임간부들이 현 시기 조국과 인민의 안전, 사활이 걸린 국가비상방역체계의 지속적 강화와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준 데 대해 심각히 지적했다”고 한 점에 비춰 볼 때, 비상방역·경제사업·민생안정 등 3개 사안과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최근 식량부족을 언급하며 발령한 특별명령서의 후속조치, 즉 군량미 동원령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김정은이 군량미 즉 2호 창고 식량을 풀어 식량 위기를 극복하라고 했는데 나름대로 군력이 있는 이병철과 박정천 총참모장이 바닥을 드러내는 군량미를 걱정하며 중국에서 식량을 들여와 찍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리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주역으로 김 위원장이 맞담배를 허용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박정천 총참모장 역시 김 위원장이 집권 초기인 2012년에 장재도·무도 방어대를 방문했을 때 소형 목선에 동승하고, 이후 각종 포병훈련을 수행하는 등 김 위원장과 함께 한 혁명 연한이 매우 길다. “간부혁명”은 김 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한 발언 중 핵심 키워드로 보인다. “첨예하게 제기되는 경제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는 것이다. 참으로 가관이다. 북한 체제의 문제핵심은 통치권자에게 있지 그 어떤 간부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총체적인 것이다. 간부 몇 명 내쫓는다고 북한이 건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단순할까? 쫓겨난 이들은 또 어디서 총칼을 벼리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북한은 아비규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간부혁명’이 아니라 ‘인민혁명’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