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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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월 소집된 8차 당 대회에서 개정한 ‘노동당 규약’이 국내에 공개되면서 몇 가지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첫 째는 노동당 제1비서제의 신설이고 두 번째는 당 규약에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삭제한 것을 두고 ‘남조선(대남)혁명론이 소멸’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북한은 매번 당 대회 때마다 규약을 개정했기 때문에 8차 당 대회에서 규약이 개정된 건 전혀 새로운 사건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규약 개정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몇 가지 점에서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크게 ‘북한이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맞지 않으며 남조선 혁명도 포기했다’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론이 약화했고 규약에서는 남조선혁명론이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 등이 논란의 핵심으로 되고 있다.

이 해석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해석으로 그는 한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최고 북한 전문가이다. 이 전 장관의 발언은 여러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북한이 정말 대남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했다면 그건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박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의 발언을 북한에 비판적인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한 내용이다. 즉 그는 “일각에서 북한이 한국과 평화 공존을 추구하기로 했다는 식의 분석이 나오는데 개정된 당 규약 어디에도 그러한 낌새는 찾을 수 없다.” 김 전 차관은 이어 “핵무장으로 인한 자신감을 가진 북한이 무력으로 주한미군을 밀어내겠다는 의미”라고 이 전 장관과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통일연구원이 9일 자로 펴낸 ‘개정 조선노동당규약의 핵심 쟁점 분석’이라는 글인데 오경석 위원은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 규약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삭제한 것을 두고 북한이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맞지 않으며 남조선혁명도 포기했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타당한가?” “북한의 대남혁명론의 본질은 변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 북한은 왜 당규약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삭제하고 ‘사회의 자주적이고 민주주의적 발전’으로 수정했는가? 북한은 합법 정치 공간을 활용한 선거 혁명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남조선혁명론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은 한국의 합법 정치 공간을 이용하는 합법정당 건설과 선거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문제를 종합 해설하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뉴스를 보니 한국에서는 이런 수정에 대해서 북한이 적화통일을 포기했다는 그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면서요? 하지만 규약에는 한반도 전체를 공산주의 사회로 만들겠다는 표현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남북통일을 생각한다면 한국이 스스로 해방에 응하는 게 아니고 북한이 군사력을 사용해 강제적으로 통일한다는 그런 목표만 생각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종석 전 장관과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분들의 발언은 이외에도 다수 있습니다만 내용이 비슷해 더 인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이 전 장관 발언을 많은 언론들이 크게 보도한 것과 비교할 때 이를 비판하는 다른 전문가들의 시각은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도 북한이 과연 대남 무력통일노선을 포기했는지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의 논란이 정리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그렇다면 북한의 공식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즉, 조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의 시각은 어떨까? “자기 힘이 분단을 추구하는 상대를 압도해야 민족의 소원을 이룩할 수 있다… 당 규약 서문의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 부분에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하여 명백히 밝혔다. 자체의 힘으로 평화를 보장하고 조국통일을 앞당기려는 노동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 여기에 반영돼 있다.”

결론을 내 본다면, 북한은 간조기와 만조기의 변화무쌍한 대남혁명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바, 현 단계에서 당장 무력통일은 어렵다는 전제하에 공세적 평화전략으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당 규약에서 어필하고 있다. 즉 의지는 변함이 없지만 능력이 취약해진 현실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중적 태도에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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