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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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워싱턴 DC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수장이 모여 회의를 했다. 다음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첫 행선지로 중국을 방문했다. 묘하게도 하루 상간으로 한쪽에서는 동맹을 강화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궁극적 대중포위정책에 적극 참여고 있었다.

트럼프의 일방적 중국 때리기는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신정부는 보다 정치(精緻)된 전술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해 중국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종국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만 하는 위치에 서 있다 보니, 미·중과 한쪽에 치우침이 없는 균형자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 미국과는 굳건한 군사동맹을 체결하고 있고, 중국과는 현실적으로 작년 교역량을 보면 2400억 달러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니, 어찌 중국을 발로 차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특히 작년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교역량이 6% 정도 감소했지만 중국과는 예전의 교역량을 유지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도 마이너스 1%의 성장을 하면서도 중국과는 예년수준이었다. 한·중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그 어느 국가나 지역도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외교는 국가이익에 복무해야 하는 정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외교장관의 중국방문은 한국입장에서는 적절한 행동이다.

4개월 전에 한국을 방문해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국회의원 중국 관계자 등을 만나 광폭의 외교를 펼쳤던 중국 왕이 외교장관은 마침 중국남부도시 사먼에서 싱가폴,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필리핀 등의 국가 외교장관과 4개국 연속회담을 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지난 3월 16일 정의용 장관 취임 축하 통화시 한국 외교장관을 초청했다. 주빈국의 권위와 위상을 강화 시키면서도 중국 주변 외교의 핵심국가 중 하나인 한국의 신임장관도 겸사겸사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중국 중요도를 감안해 접촉을 자주 하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그때마다 외교적 언사를 동원한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평화시 전쟁이 외교일 수 있다. 한중 수교 30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체제가 다른 인민 동원이 가능한 중국에게는 중국공산당 정부의 입김이 중국 국내에서 절대적으로 작동되기에 정부 차원의 대화는 항상 유효하다. 최근 미·중 알레스카 4자회동 후 중국 내에서 일련의 반미 반서구운동의 중심도 중국정부의 용인 하에 진행되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내년이면 30년이 되는 한·중 수교역사에서 보면 중국은 필요할 때마다 맹목적 애국주의에 빠진 1990년대 이후 출생 중심으로 반서구운동과 같이 한한령 등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용인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출현시켰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이후 더욱 전체주의 및 애국주의 운동을 강화시킨 중국은, 외환위기 극복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자부심으로 내세우고 긍지를 가지도록 만들어 줬다. 이럴 때일수록 20년 후 중국의 미래를 짊어질 친구들에게 한국 이미지가 왜곡되게 각인되거나 용인되지 않도록, 외교적 차원에서 강력하게 언급하고 시정할 부분은 요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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