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not caption

중국의 금년 발전계획은 쌍순환 전략으로 대변된다. 한마디로 소비촉진과 창조적 혁신기술을 선두로 미국의 날카로운 공격을 이겨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촉진을 마냥 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상위 2%가 중국인 전체 자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14억의 2%는 2800만명이다. 이 숫자가 여타 국가와 비교할 때 적은 수는 아니지만, 전체 14억을 놓고 보면 소수의 인구가 부를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가 돼 발전도상국에 진입했다. 하지만 가처분 소득은 6천 달러 정도이다. 소비촉진의 한계를 노정 시키고 있다. 두꺼운 소비층의 대명사인 중산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쌍순환의 한축인 내수 진작을 위한 계획도 결국 광범위한 분야와 사람들에게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충분히 줘야만 한다.

문제는 지방을 중심으로 줄어가는 주머니 사정들이다. 미국과 무역 분쟁이후 도·농간의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실업자는 늘어가고, 특히 산업의 선진화를 이룰 노동력의 질적 수준은 떨어지고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졸업을 해야 어느 정도 응용 및 수행능력을 가진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대체될 수 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학력인구는 대략 40%도 안 된다. 한국의 95% 넘는 수준과 기타 주요 발전국가의 80%가 넘는 수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한축인 창조적 혁신기술 개발에 영향을 준다. 기초과학이 발전한 국가이기에 상위그룹의 우수한 인재를 통한 혁신적 기술의 창조는 시간문제이다.

문제는 중등수준의 질이 떨어지는 노동력과 인력난이다. 기술을 응용시키고 상품을 양산 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한 예로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반도체에 목을 매고 뛰어들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15%밖에 자급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을 선두로 중국에게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주지 않는다. 대안으로 택한 것이 외국 기술을 사거나, 아예 회사를 인수해 가는 방식도 차용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회사 매그나칩 인수도 한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1조 6천억원에 토종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3월 29일 중국계 사모투자펀드인 와이즈로드 캐피털에 매각됐다. 국가 핵심기술로 판명되면 한국 정부에서 승인을 보류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그렇게 외친 반도체 굴기를 위해 미국의 예봉을 피해 한국의 반도체 업계를 인수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지금 한참 부족한 차량용반도체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회사는 미래 자동차에 응용될 전력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한다.

물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디스플레이 반도체 생산기술 보유 회사이다. 한국이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유출이 예상되기도 한다. LCD는 이미 넘어갔고 OLED디스플레이 패권도 위협이 됨은 물론이고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도 타격이 됨이 자명하다. 직접이 어려우면 우회 전략을 통한 기술혁신의 노력들과, 내수확대를 이루어 외풍에 흔들림 없는 거대시장 중국 내 안착의 쌍순환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시간만이 알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