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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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일본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바다 방류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한국정부의 반발이 거세게 나왔다. 중국의 반응은 한국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강경하다. “하이양 부스 르본더 라지통. 타이핑양 예부스 르본더 시아쉐따오(海洋不是日本的垃圾桶.太平洋也不是日本的下水道).” 바다는 일본의 쓰레기통이 아니다. 태평양도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짜오리지앤의 논평의 일부이다. 외교적 어감은 없다. 직설적이다. 전쟁 당사국 간 설전이 나올 때만 들을만한 표현들이다. 게다가 “일본과 미국은 핵폐수가 국제안전에 부합하며 심지어 마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왜 그대로 두거나 미국으로 보내지 않냐?”며 일본의 결정을 두둔한 미국까지 공격했다.

사실 중국과 일본은 1972년에 수교했다. 1992년에 국교 정상화한 한국보다 20년 빠르게 중·일은 사이좋게 지내자고 했던 것이다. 그동안 가능하면 한국과 달리 과거사 문제를 꺼내지 않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었다. 국제 환경을 평화롭게 하고 중장기적으로 추구하는 국가발전에 모든 자원과 역량을 투입해 하루속히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이 숙원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 경제적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본이 보수화와 함께 군사력 증강 그리고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동과 유럽에 주안점을 두었던 미국은 때마침 2010년부터 아시아 태평양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본이 미국에게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중국도 모를 리가 없다. 계속될 미·일의 대중견제 및 포위 전략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중국은 보고 있다. 새로 등장한 바이든 정부가 공공연하게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협력해 전체주의 국가와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의 최대 동맹국은 일본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전쟁하지 않고 일본과 미국을 공격해 국내외적으로 중국의 외교적 우위 명분을 축적할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일본의 오염수 방류결정이 나왔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이 도화선이 돼 일본을 미국과 공범이라고 규정하고 맹공을 시작한 것이다. 비껴나 있지 않은 한국과 적극적 대응할 호기를 중국은 잡았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한·미·일 동맹의 한축인 한국을 차제에 동맹에서 최대로 가능한 부분까지 분리시켜 대응할 가치를 중국은 직시했다. 14일 제1차 한·중 해양협력대화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중국이 이렇게 발 빠르게 나온 회담은 많지 않다. 양국은 공동 대응 필요성이 물론 있었다. 한국도 일본과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필요했다. 가장 가까운 주변국과 양해 및 대화 없이 수면 하에서 미국의 허락만 받고 취한 일본의 비열함은 비판을 떠나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한국과 연계해 미·일을 때리겠다는 중국의 속내를 잊지 말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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