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2.3.9
 7일 오후 강원 삼척시 원덕읍 노경리에서 강원도소방본부 환동해특수재난대응단 소속 대원이 산불 진화를 위해 호스릴 장비를 끌고 있다. 산불진화대원이 짊어진 무게.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2.3.9

“동료 떠나보내며 진화 현장 지킨 소방관들… 비통(悲痛)”

산불 대응기관 ‘산림청‧지자체’… 화재 진압 출동 소방관’

노조 “소방청, 지친 소방관들 헤아리지 않고 현장 내몰아”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강원도 산불 진화 지원업무를 하던 소방공무원이 숨진 것과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과중한 지원업무로 인한 죽음에 비통하다”며 “소방청과 충남소방본부는 즉각 순직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예우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소방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숨진 소방관은 소방관 동원령에 따라 업무의 피로가 풀어지지 않고 쌓여만 갔다”며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업무를 풀지 못한 채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아이를 남겨놓고 우리 곁을 떠났다”고 이 같이 밝혔다.

동해안 산불 진화 작업이 엿새째 계속되면서 쉽지 않은 진압 현장에서 지원업무를 맡아 근무하던 소방공무원이 지난 6일 오전 숨졌다. 

숨진 소방관(남, 49)은 충남소방본부 소속으로,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와 경북 울진 산불 지원업무를 맡아 주말인 5일까지 근무했고 현장 지원을 위한 비상근무 후 순직했다.

그는 5일간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 등을 산불 현장으로 배치하거나 지원하는 업무를 마친 다음 날인 지난 6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그의 비상근무 연속으로 인한 피로가 누적돼 ‘과로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알려졌다.

소방노조는 “동료 죽음에 가슴이 찢어질 듯 비통한 심정”이라며 “산불 대응기관은 산림청과 시도 지지체이고 산불 화재에 대한 소방관의 역할은 지원업무로 돼 있지만 해마다 봄‧겨울철이면 이 지원업무에 소방관이 하나둘 지쳐갔고 급기야 어제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소방노조는 “산불현장의 주된 대응기관은 어디인가, 소방관들은 산불진압의 인원과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가”라며 “산불이든 아니든 모든 화재는 소방관이 제일 먼저 출동하고 진압하지만 엄연히 산불의 대응기관은 바로 산림청과 시도 지자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불에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대응해야 할 기관은 소방만을 쳐다보고 있고 소방청은 소속 소방관들을 헤아리지도 않고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주객이 전도된 산불현장, 주객을 모르는 소방청 그런 소방청을 이제껏 믿고 기다려온 소방관들이 한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소방청과 충남소방본부는 남아있는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다시는 우리 동료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최근 10년 소방관 순직현황… 절반 이상 화재‧구조 현장

지난 10년 한 해 평균 5명의 소방관 목숨 잃어

화재진화‧구조‧구급 중 다친 소방관 총 4219명

경기 15명‧강원 10명… 경북‧울산‧충북 각 4명

‘최근 10년 소방관 순직현황’에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 1월 14일까지 위험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관은 모두 55명, 한 해 평균 5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 소방관 순진현황’을 보면 소방관 순직자 절반 이상이 화재‧구조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절반이 넘는 30명(54.5%)은 화재와 교통‧산악사고 등 구조 현장에서 순직했다. 

이용호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화재‧구조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자신을 지킬 열화상카메라나 무전기 등 필수 장비조차 충분히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소방관의 순직과 공상(公傷)을 예방하려면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고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실태를 파악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같은 기간 화재 진화‧구조‧구급 등 소방 활동 중 다친 소방관은 총 4219명이었다. 2011년 280건이던 부상 사례는 2016년 347건, 2018년 537건, 2020년 613건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605건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15명, 강원 10명, 경북·울산·충남 각 4명 순으로 순직 사례가 많았다.

◆ ‘순직 소방공무원들의 장례’ 소방청장 아닌 지자체장?

소방공무원은 지난 2017년 7월 소방청 설립에 이어 2020년 4월 소방공무원의 신분 국가공무원 전환이 비로소 실현됐다. 하지만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의 예산과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소방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지난 평택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의 장례는 ‘소방청장’이 아닌 ‘경기도청장’으로 치뤄졌다.

소방관이 현장에서 사고로 순직을 하게 되면 처리가 되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는데 순직 사고 때마다 수십 번 들었던 말들이다. 

◆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 거리로 나온 소방관

지난 1월 17일 소방공무원 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더는 죽기 싫다”며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조합원들은 평택 화재에 대한 진상조사와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현장에는 방호복과 소방근무복을 입은 조합원 250여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재난 현장에서 활동 중 부상을 당한 소방관 수는 2013년 333명을 시작으로 2020년 1006명에 이르는 등 지난 7년간 단 한 차례도 줄지 않고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도 소방조직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었던 적은 한 번도 없고 지휘부의 입맛대로 소방공무원의 희생을 재단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방공무원 또한 헌법에서 보장하는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누려야 하지만 소방공무원은 인간이 아닌 하나의 도구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며 “소방공무원은 국민이 아닌가, 소방공무원은 재난 현장을 수습하는 도구일 뿐인가”라고 강조했다.

한편 소방공무원이 현장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망하거나 폐암 등 각종 중증 직업병 및 PTSD 등으로 인한 자살로 사망했는데 그에 합당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매해 소방공무원들의 순직과 공상이 이어졌다. 실제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소방공무원까지 포함해 사망 원인을 면밀히 조사해 보면 순직으로 인정해야 할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노조는 지난해 7월 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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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강원도 산불 진화 지원업무를 하던 소방공무원이 숨진 것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과중한 지원업무로 인한 죽음에 비통하다”며 “소방청과 충남소방본부는 즉각 순직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예우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출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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